오늘은 '장자' 두 번째 순서입니다.

먼저 전편에 다루었던 장자의 주요 사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장자 사상의 핵심은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뜻을 담고 있는 '무위자연(無爲自然)'입니다.

인위적인 힘을 통해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유가와 법가 사상은 오히려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잘못된 사상 체계라고 봅니다.

장자의 특징은 시비도리(是非道理)를 가리지 말라는 일종의 자유방임적 정신 체계입니다.

굳이 현대 사상들과 비교하자면 칼 포퍼,하이예크 등 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하며 현실에서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산주의 등 온갖 종류의 유토피아적 혹은 설계주의적 세계관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자의 원전 발췌문을 조금 더 읽어보면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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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문 읽기

【참다운 진리는 어디에 숨었기에 진짜다 가짜다 하는 논의가 생겨났으며,참으로 옳은 말은 어디에 숨었기에 옳다 그르다 하는 논의가 생겨났는가?참다운 진리는 어디에 갔기에 있지 않으며,참으로 옳은 말은 어디에 있기에 현재의 말들이 타당하지 않은가?참다운 진리는 조금 이루어진 것에 의해서 숨겨졌고,참으로 옳은 말은 번지르르한 미사여구에 의해 숨겨졌다.

그러므로 유가와 묵가의 시비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들은 상대가 그르다고 하는 것을 옳다고 하고 상대가 옳다고 하는 것을 그르다고 하여 비난하고자 한다면,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것은 밝은 진리의 입장에서 상대와 자기를 동시에 초월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


▶해설; 장자가 비교적 직설적 어법으로 유가와 묵가를 공격하고 있다.

유가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도덕철학을 말한다.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군자들이 민중을 교화 훈육시키면서 도덕 정치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묵자는 매우 공리주의적 사상을 가졌던 사람이다.

또 정치적 경제적 평등을 주창했다.

오늘날의 용어로 치자면 가장 민중적이었던 철학자였다.

그러나 장자는 이 두 사상을 모두 인위라고 배척한다.

유학과 묵가의 철학 자체가 자연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 질서라는 것이다.

"이런 인위적 질서를 세우려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욱 괴로워질 뿐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고 모든 사람이 생래적 모양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온갖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둘러싸고 우리가 벌이고 있는 분쟁과 싸움들을 장자가 보았다면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이것 또한 저것이고,저것 또한 이것이다.

저것 또한 하나의 시비이고,이것 또한 하나의 시비이다.

그렇다면 과연 또한 저것과 이것이란 것이 있는가.

과연 또한 저것과 이것이란 것이 없는가.

저것과 이것이 그 짝을 얻지 않은 것을 일컬어 진리의 지도리(문짝을 연결시키는 쇠고리)라고 한다.

지도리는 그 고리 가운데의 텅 빈 부분을 얻어서 무궁하게 대응한다.

옳다는 것도 하나의 무궁한 것이고, 그르다는 것도 하나의 무궁한 것이다.

그러므로 "밝은 진리의 입장에서 이것과 저것을 초월하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고 했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

【전에 내가 꿈에 나비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분명히 훨훨 나는 나비로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내가 장자인 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갑자기 꿈을 깬 뒤에 보니 엄연히 장자였다.

그러니 이제 알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가?아니면 나비의 꿈에 현재의 내가 되어 있는 것인가?나비와 나는 차이가 있을 터이지만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된 것을 내가 하나의 자연물로 되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


▶해설; 장자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다.

장자는 예수처럼 비유를 통해 가르쳤는데 이 호접몽(나비꿈)비유가 가장 유명하다.

상대주의적 세계관이라고 볼 수도 있고 불가지론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저 멀리 푸른 산이 있는데 저쪽에서 보면 이곳도 푸르겠지"라는 말도 있다.

하나의 관점에서 보면 옳은 것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달리 보일 수 있어서 역시 절대적 기준은 없다는 것이 골자다.

절대적 기준이 없는 것 자체를 받아들여야 진리의 눈을 뜨게 된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광수의 '꿈'이라는 소설도 장자의 나비꿈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단순히 무조건 상대를 인정하라는 말은 아니다.

아집과 절대주의적 태도 자체를 버리라는 말이다.

【남쪽 바다에 '숙' 이라고 하는 임금이 있고 북쪽 바다에 '홀'이라고 하는 임금이 있었으며 중앙 지방에 '혼돈(渾沌)'이라고 하는 임금이 있었다.

숙과 홀은 때때로 서로 더불어 혼돈의 땅에서 만났다.

혼돈은 그들을 매우 잘 대접했다.

이에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에 보답하자고 의논하여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그것을 가지고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이 자에게만 없으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주자"고 말하고,하루 한 구멍씩 뚫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일곱째 날이 되던 날 혼돈이 죽어버렸다.】- 장자 응제왕(應帝王)


▶해설; 장자의 무위자연을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우화다.

자연에 인위적 질서를 부여하면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자연 환경을 보호하라는 명제는 아니다.

인간의 좁은 소견으로는 알 수 없는 우주의 생명 현상이 있으니 부디 인위적으로 조작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사상 체계이지만 쇼펜하우어도 "곱추에게서 등의 혹을 떼내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자의 말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 지성의 오만을 경계한 것이다.

2.장자 사상을 통해 제기 될 수 있는 문제들 -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과학 기술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편리와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문명 발전 이면에 생기는 그림자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대는 이미 수많은 환경오염과 첨단 무기의 공포 그리고 인간을 생산과정의 부속물로 여기는 '인간소외 현상'이라는 부작용이 만연해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기술 문명의 발전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기계적인 세계는 우리를 숨 막히게 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더구나 사상의 혼란과 이념의 과잉은 또 어떤가.

이 사상이 옳다 저 사상이 옳다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문명의 발전이나 사상 이념의 대립이 모두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간이 마음대로 역사를 재단하고 예측하며 이런 저런 세계를 만들겠다고 달려드는 것이 장자가 볼 때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다.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를 우리는 합리주의라고 부르지만 이성에 대한 오만이 정치의 영역에서 나타나면 독재가 되고 이데올로기가 되고 만다.

독재의 반대편에 민주주의가 있지만 이 역시 대중이 감정에 사로잡혀 국가와 사회의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소위 포퓰리즘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자의 사상은 오늘의 우리가 현실의 대안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멀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눈 앞에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널려있는데 "무위자연!"만을 외치기에는 당면한 과제들이 너무 많다.

다만 장자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범위에서 조작적,인위적 정치가 아닌 자연적 정치질서와 자연적 사회구조가 갖추어지기를 노력하자.장자의 사상은 너무 어렵지요? 한

산동 생글생글i 연구원 hansandong@sgs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