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기획을 선보입니다.
주요 고전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읽어두어야 할 문장들을 선별해 간단한 해설과 함께 싣습니다.
학생들이 원전을 다 읽어낼 수 없고 또 읽어낸다 해도 정작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00여년 동안 인류의 주요 사상들이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알지 못하고는 비록 한 두 문장을 암기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고전 속 제시문 100선'을 열심히 따라오면 앞으로 어떤 논술 문제가 나오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첫 순서는 장자입니다.
오늘은 장자 읽기 2편 중 첫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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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을 경계하는 '無爲自然'
1. 노장 사상
노장 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무위(無爲)는 '억지로 하지 않고 인공의 힘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위'를 뜻한다.
이 때 행위라 함은 정치나 윤리 등을 말한다.
유교나 법가들처럼 인위적으로 무언가의 질서를 만들려 하지 말고 자연적 질서 혹은 자연상태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유학은 인간의 도덕적 교화를, 법가는 인간 행동의 질서 있는 규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질서를 어기는 것일 뿐 원초적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세와 처세의 방책이라는 논리다.
법 질서니 도덕 윤리 같은 주장이 인간 사회에 혼란만 조성하고 역으로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의 자유주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오늘날의 과도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등은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부질없는 짓(인위:무위에 반하는)이라는 말이 된다.
무정부주의 혹은 세계동포주의적 사고의 배경을 이루기도 한다.
2.장자와 노자의 차이점
노자는 세상에는 크고 작음·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고,아름다움과 추함·선과 악의 대립이 있다고 생각하였지만,장자는 그러한 구별과 대립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다.
장자는 세상에는 시비도리(是非道理)라 할 만한 것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노자가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논하고 있는 데 반해 장자는 신비주의적이다.
말하자면 노자는 현실 정치를 다루고 있는 데 반해 장자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있다.
장자의 사상은 후세인들의 신선사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장자>>에서 발췌한 다음의 원문들을 읽어보면서 장자의 사상을 음미하자.
3.원문 읽기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도토리를 원숭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는 세 개,저녁에는 네 개씩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하루 동안에 받는 양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니 이는 인간들이 시비(是非)를 따지는 마음과 같다.
그러나 성인(聖人)은 시비를 화합시키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장자 제물론(齊物論)
【자공(子貢)이 남쪽의 초(楚)나라를 여행하고 진(晉)나라로 돌아오려고 한수(漢水)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밭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은 항아리로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자공이 말했다.
"기계가 있으면 하루에 백 이랑까지도 물을 줄 수가 있습니다.
노인께선 그렇게 해보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노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요?" 자공은 대답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기계를 만드는데,뒤쪽은 무겁게 하고 앞쪽은 가볍게 합니다.
그러면 물을 퍼 올리는 것이 콸콸 넘치도록 빠릅니다.
그 기계를 두레박이라고 합니다." 노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내 스승에게 들었소만,기계 따위를 갖게 되면 그 기계로 말미암은 일이 반드시 생겨나고,그런 일이 생기면 기계에 얽매이는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라오.그런 마음이 있게 되면 곧 순진결백(純眞潔白)한 본래 그대로의 것이 없어지게 되고,그것이 없어지면 정신이나 본성의 작용이 안정되지 않게 되오.정신과 본성이 안정되지 않은 자에겐 도(道)가 깃들이지 않소.내가 두레박을 몰라서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을 뿐이오."】 장자 외편인 천지(天地)편
*장자는 내편(內篇) 7편,외편(外篇) 15편,잡편(雜篇) 11편으로 모두 33편이며,그 중에 내편이 가장 오래되었다.
외편과 잡편은 후학(後學)들이 저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미와 비둘기가 붕을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날아올라도 느릅나무나 박달나무 가지에 이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것조차 불가능해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한데 붕은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서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가까운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끼만 준비해도 온종일 배부를 수 있지만,백리길을 가는 사람은 전날부터 방아를 찧어 식량을 준비해야 하고,천리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전부터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미물이야 큰일에 대처하는 요령을 어찌 알겠는가."】 장자 소요유(逍遙遊)*고대 2005년 정시기출
【구작자가 장오자에게 물었다.
"제가 듣기에 '성인은 속된 일을 하지 않고,이익을 좇지 않고,해 입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선택됨을 기뻐하지 않고,도에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한 '말을 아끼고 세속을 초월하여 즐긴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를 터무니없다 하시지만,제 좁은 생각으로는 이야말로 도를 훌륭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말씀해 주시지요." 장오자가 대답했다.
"이는 황제조차 당황해 할 말인데 공자인들 알겠는가.
그대는 너무 성급하다.
달걀에서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을 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가 두서없이 말하겠으니 들어주기 바란다.
성인은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보듬으며,만물과 하나가 되어 혼돈에 머무르며,귀천을 차별하지 않는다.
만물은 스스로 존재하고,성인은 만물과 더불어 노닌다."】 장자 제물론(齊物論)
한산동 생글생글i 연구원 hansandong@sgs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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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莊子)
장자(莊子 BC. 369 ~ BC, 286) 고대 중국 사상가, 노자(老子)를 잇는 도가(道家) 사상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세 사람들은 장자와 노자의 도가사상을 합쳐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 일컫는다.
장자의 사상은 장자(莊子)라는 책속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고전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읽어두어야 할 문장들을 선별해 간단한 해설과 함께 싣습니다.
학생들이 원전을 다 읽어낼 수 없고 또 읽어낸다 해도 정작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00여년 동안 인류의 주요 사상들이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알지 못하고는 비록 한 두 문장을 암기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고전 속 제시문 100선'을 열심히 따라오면 앞으로 어떤 논술 문제가 나오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첫 순서는 장자입니다.
오늘은 장자 읽기 2편 중 첫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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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을 경계하는 '無爲自然'
1. 노장 사상
노장 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무위(無爲)는 '억지로 하지 않고 인공의 힘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위'를 뜻한다.
이 때 행위라 함은 정치나 윤리 등을 말한다.
유교나 법가들처럼 인위적으로 무언가의 질서를 만들려 하지 말고 자연적 질서 혹은 자연상태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유학은 인간의 도덕적 교화를, 법가는 인간 행동의 질서 있는 규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질서를 어기는 것일 뿐 원초적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세와 처세의 방책이라는 논리다.
법 질서니 도덕 윤리 같은 주장이 인간 사회에 혼란만 조성하고 역으로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의 자유주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오늘날의 과도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등은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부질없는 짓(인위:무위에 반하는)이라는 말이 된다.
무정부주의 혹은 세계동포주의적 사고의 배경을 이루기도 한다.
2.장자와 노자의 차이점
노자는 세상에는 크고 작음·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고,아름다움과 추함·선과 악의 대립이 있다고 생각하였지만,장자는 그러한 구별과 대립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다.
장자는 세상에는 시비도리(是非道理)라 할 만한 것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노자가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논하고 있는 데 반해 장자는 신비주의적이다.
말하자면 노자는 현실 정치를 다루고 있는 데 반해 장자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있다.
장자의 사상은 후세인들의 신선사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장자>>에서 발췌한 다음의 원문들을 읽어보면서 장자의 사상을 음미하자.
3.원문 읽기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도토리를 원숭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아침에는 세 개,저녁에는 네 개씩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그래서 다시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하루 동안에 받는 양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니 이는 인간들이 시비(是非)를 따지는 마음과 같다.
그러나 성인(聖人)은 시비를 화합시키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장자 제물론(齊物論)
【자공(子貢)이 남쪽의 초(楚)나라를 여행하고 진(晉)나라로 돌아오려고 한수(漢水)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밭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은 항아리로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자공이 말했다.
"기계가 있으면 하루에 백 이랑까지도 물을 줄 수가 있습니다.
노인께선 그렇게 해보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노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요?" 자공은 대답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기계를 만드는데,뒤쪽은 무겁게 하고 앞쪽은 가볍게 합니다.
그러면 물을 퍼 올리는 것이 콸콸 넘치도록 빠릅니다.
그 기계를 두레박이라고 합니다." 노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내 스승에게 들었소만,기계 따위를 갖게 되면 그 기계로 말미암은 일이 반드시 생겨나고,그런 일이 생기면 기계에 얽매이는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라오.그런 마음이 있게 되면 곧 순진결백(純眞潔白)한 본래 그대로의 것이 없어지게 되고,그것이 없어지면 정신이나 본성의 작용이 안정되지 않게 되오.정신과 본성이 안정되지 않은 자에겐 도(道)가 깃들이지 않소.내가 두레박을 몰라서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을 뿐이오."】 장자 외편인 천지(天地)편
*장자는 내편(內篇) 7편,외편(外篇) 15편,잡편(雜篇) 11편으로 모두 33편이며,그 중에 내편이 가장 오래되었다.
외편과 잡편은 후학(後學)들이 저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미와 비둘기가 붕을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날아올라도 느릅나무나 박달나무 가지에 이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것조차 불가능해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한데 붕은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서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가까운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끼만 준비해도 온종일 배부를 수 있지만,백리길을 가는 사람은 전날부터 방아를 찧어 식량을 준비해야 하고,천리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전부터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미물이야 큰일에 대처하는 요령을 어찌 알겠는가."】 장자 소요유(逍遙遊)*고대 2005년 정시기출
【구작자가 장오자에게 물었다.
"제가 듣기에 '성인은 속된 일을 하지 않고,이익을 좇지 않고,해 입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선택됨을 기뻐하지 않고,도에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한 '말을 아끼고 세속을 초월하여 즐긴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를 터무니없다 하시지만,제 좁은 생각으로는 이야말로 도를 훌륭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말씀해 주시지요." 장오자가 대답했다.
"이는 황제조차 당황해 할 말인데 공자인들 알겠는가.
그대는 너무 성급하다.
달걀에서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을 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가 두서없이 말하겠으니 들어주기 바란다.
성인은 해와 달을 곁에 두고 우주를 보듬으며,만물과 하나가 되어 혼돈에 머무르며,귀천을 차별하지 않는다.
만물은 스스로 존재하고,성인은 만물과 더불어 노닌다."】 장자 제물론(齊物論)
한산동 생글생글i 연구원 hansandong@sgs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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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莊子)
장자(莊子 BC. 369 ~ BC, 286) 고대 중국 사상가, 노자(老子)를 잇는 도가(道家) 사상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세 사람들은 장자와 노자의 도가사상을 합쳐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 일컫는다.
장자의 사상은 장자(莊子)라는 책속에 집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