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늘어난 현대사회 … 행복은 무엇인가?

* 연령별 인구 및 이혼율의 추이에 반영된 사회변화를 고려해 볼 때,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할수 있는가?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참고하여 논술하시오.


[제시문 A]

인류는 苦痛과 快樂이라는 자연의 두 主權者에게 지배당해 왔다. 지금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지시하고,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고통과 쾌락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善惡의 기준이,다른 한편으로는 원인과 결과의 고리가 이 지배자의 玉座에 연결되어 있다. 고통과 쾌락이란 우리가 하는 모든 일,말하는 모든 것,생각하는 모든 문제에 개입해 우리를 지배한다. 이와 같은 종속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 없다. 벗어나려 노력하면 할수록 종속이란 족쇄는 점점 더 우리를 강력하게 죄어 올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고통과 쾌락이란 帝國을 말로는 버렸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그가 실제로 그 제국의 영역을 빠져 나왔다고 할 수는 없다. 效用性의 원리는 마치 인간 조건과도 같이 달라붙어 있는 그러한 종속을 인정하고,그러한 종속의 기초 위에 思想體系를 구축한다.

[제시문 B]

행복이 最高善이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명료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먼저 人間의 機能을 밝힘으로써 그러한 해명이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피리를 부는 기능,조각하는 기능,기타 여러 가지 기능들에 善은 깃들어 있는 것이다. 피리 부는 사람의 善은 피리를 잘 부는 것이듯,인간 자체에게도 만일 고유한 기능이 있다면 바로 그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것이 인간의 선일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이성적 활동에 있는 만큼 훌륭한 인간,즉 행복한 인간이란 이성을 잘 활용하여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제시문 C]


그대는 정말 소피가 자네의 富裕한 처지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정말로 그녀가 자네의 청혼을 거절하는 이유가 富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닐세,에밀,그녀의 생각 밑바닥에는 그보다 훨씬 중대하고 본질적인 어떤 것이 있네. 그것은 바로 부를 所有한 사람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마음의 상태,즉 부 때문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집착하는 마음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네. 그녀는 행운의 선물인 부를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네. 부자들은 항상 인간적 價値보다도 부를 중요시하지. 헌신적인 봉사와 그 代價인 돈을 비교해 보면 언제나 돈이 봉사를 능가하지. 따라서 주인을 위해 봉사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들이 얻는 빵에 대한 債務者로 간주된다네. 에밀,그대가 그녀의 걱정을 없애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그대 자신에 대해 그녀가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러한 일은 하루 만에 이루어지지는 않지. 그대 가슴 속에 간직한 보물들을 그녀에게 보여주도록 하게나. 그렇게 하여 그녀와 그대를 不幸하게 한 그 부의 문제를 풀어가 보도록 하세.

그렇게 노력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고 그대의 변함 없는 정성이 계속된다면 그녀의 순수한 저항은 눈 녹듯이 녹을지도 모르네. 쏟아지는 그대의 고귀한 감정 속에서 그녀가 그대의 부를 잊을 수 있도록 하게. 그녀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하고 그녀에게 정성을 다하게. 그리고 그녀의 훌륭하신 兩親께도 정성을 바치게. 그대의 그 친절함이 단지 일시적인 열정의 결과가 아니고 그대 마음에 새겨진 확고한 원칙의 샘에서 솟구치는 것임을 그녀에게 확신시켜 주도록 하게. 운명의 학대 속에서 불행을 견뎌내는 그 훌륭한 사람들에게 그에 상당하는 존경을 바치게. 그것만이 그 불행하지만 훌륭한 사람들과 운명의 총애를 받는 행복한 사람을 조화시킬 수 있지 않겠나.

[제시문 D]


"삶의 의미와 더 차원 높은 목적을 추구하고 따르는 자보다 더 책임 있는 갈매기가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물고기 대가리나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삶의 이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배우고,발견하고,자유로워지는 것! 저에게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발견한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제시문 E]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 잠풍날씨: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날씨.

** 달재:달째,달강어,쑥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몸길이 30cm가량으로 가늘고 길며,머리가 모나고 가시가 많음.

*** 진장:진간장. 오래 묵어서 진하게 된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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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의 논술 유형이 특정 영역에 대한 사고력을 요구하던 것에서 통합교과형 논술로 변화하면서 도표나 그림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뿐만 아니라 제시되는 도표,그림에 대한 분석 능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추론 능력까지 그야말로 종합적인 사고력이 논술에서 요구되고 있다. 이번 논제 역시 제시문에 대한 독해뿐만 아니라 통계 자료에 대한 사실적,유추적 분석을 동시에 요구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①아래에 제시된 연령별 인구 및 이혼율의 추이에 반영된 사회변화를 고려해볼 때, ②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③제시문을 비판적으로 참고하여 논술하시오.

①에서는 연령별 인구 추이와 이혼율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유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주어진 그래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재에 대한 진단을 내림으로써 이후 논의 전개를 위한 전제를 마련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②는 ①의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히라는 것이다. 물론,자기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③의 요구처럼 다섯 개의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인 독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논제의 요구는 통계 자료에 대한 분석과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통해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묻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 인구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 <자료1> 에서 우선 0~9세의 인구는 1960년대 중반,11~19세는 1970년대 중반,20~29세는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즉,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외의 연령층은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노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하겠다. 이혼율의 추이를 나타내는 <자료2>에서는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대한 사실적 해석을 바탕으로 수명 연장과 노령 인구의 증가로부터 결국 우리 사회가 일정 수준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빈곤의 사회는 상대적으로 평균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타당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자료2>와 <자료1>의 출산율 저하라는 사실적 해석으로부터는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이전의 사회가 여성이 경제적인 문제나 사회적 지위 등을 이유로 이혼을 피하던 것과 달리 점차 여성이 사회적ㆍ경제적으로 그 지위가 향상됨으로써 부당한 결혼을 유지하지 않게 됐다는 점,그 결과 전통적인 가족 문화가 해체되고 있다는 것과 결국 이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 등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가치관의 추구라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를 진단한다면 우리 사회는 일정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고,이러한 물질적 풍요는 가치관ㆍ세계관의 변화까지 가져오고 있는데,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의미하던 이전의 시대와는 달리 개인화 현상을 가속화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고,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벤담의 주장을 담고 있는 [제시문 A]는 고통과 쾌락이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로서 '효용성의 원리'야말로 고통과 쾌락에 대한 측정의 기준임을 밝히고 있다. 즉 <자료1>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일정 수준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 쾌락을 누리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과거에 비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적 삶의 붕괴와 심각한 개인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삶이 과연 쾌락의 상태라고 할 수 있는가,물질적 풍요가 곧 쾌락의 최대 조건이며,행복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일부 선진국가의 경우,오히려 행복지수가 경제 후진국보다 높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B]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에서 발췌한 것으로 행복이란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것인데,이러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이성이므로 '이성을 잘 활용하여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므로 자아 실현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2>에서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이 공동체적인 것이 아닌 개인의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원활해졌다는 유추적 해석을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는데,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 실현이 중요한 가치가 됐다고 해서,혹은 그러한 조건이 형성됐다고 해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개인의 자아 실현만을 추구한다면 극단적으로는 군중 속의 고독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시문 C]는 루소의 '에밀' 중 일부분이다. 에밀은 소피가 자신의 부,물질적 조건 자체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부,물질적 조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신뢰다. 즉,물질적 조건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물질적 조건만을 중시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형성하지 못할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제시문 B가 갖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적 태도로서 제시문 C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발췌한 [제시문 D]는 생존만을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배우고,발견하고,자유로워지는 것'이 곧 삶의 새로운 의미라고 진술함으로써 인간의 참다운 행복은 먹고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높은 정신적 탐구와 자유에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생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적인 사유를 할 때 행복할 수 있으며,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고차원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문 B와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물론,제시문 B와 달리 기존의 사회적 질서나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새로운 삶과 세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사회에서 중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 중심의 삶에서 개인의 삶이라는 새로운 삶의 추구가 가능해졌고,실제 그러한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 서사라는 권력적 세계관,역사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의미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통 자체,서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의 존재는 단지 나라는 물적 존재만으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서사와 타인의 서사가 결합해 존재하는 것이다. 즉,현재는 과거와의 단절 속에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해석으로서 의미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전적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E]는 백석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라는 시이다. 시적 화자는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제시문 A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A의 경우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였으나,제시문 E에서처럼 인간은 많은 쾌락이 아닌 작은 것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시적 화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 토대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물적 토대가 이루어졌다면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태도가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따라서 자료와 제시문 분석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개요를 생각한다면 자료로부터 현재 우리 사회가 물질적 풍요와 개인화 현상이라는 변화를 겪고 있으며,각 제시문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운데 어떤 관점에서(혹은 새로운 관점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식의 논지 전개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제의 경우 2500자 내외의 긴 논술이고,자료와 제시문의 내용을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해제와는 다른 논지 전개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제시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행복의 정의ㆍ조건 등을 자료를 통해 진단한 우리의 현실과 연결시키고,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논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박미서 (초암논술아카데미 논술강사) dolpul@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