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회주의 붕괴의 충격에서 벗어나 미국과 힘겨루기에 나서게 된 데는 푸틴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푸틴은 1989년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동독에서 활동하면서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을 목격했다. 당시 KGB는 '국가 속의 국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때문에 많은 엘리트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이 기관에 들어갔다.

푸틴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법대를 다니다 KGB 요원으로 특채됐다. 푸틴을 포함한 KGB 출신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들은 '언젠가 소련이 부활해 다시 미국과 힘 겨루기를 할 것'이란 신념을 갖고 있었다.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총리를 거쳐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은 집권 초기 미국에 대항하기보다 국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에너지 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고 정치까지 주물러온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를 과감히 숙청한 게 대표적이다.

또 주요 국가기관의 실세를 모두 KGB 출신으로 채우고 주지사 선거도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꿨다. 언론에 대해서도 철저한 통제 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일종의 '관리 민주주의 체제'를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구축했다. 이는 옛 소련의 사회주의도,서방의 민주주의도 아닌 '강한 러시아'를 건설하자는 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통치 방식에 국민의 80%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