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일선 고등학교 중간고사에서 서술.논술형 문항이 단답형으로 출제되거나 평소 수업과는 동떨어진 어려운 형태로 나오는 등 교육당국의 지침이 교육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중간고사가 끝난 서울 지역 20개 고교의 시험 문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서술형 문제의 유형과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M고교 2학년 국어생활 과목 중간고사에서는 논술.서술형 문항이 모두 10개 출제됐다.

전부 정답이 글자 수 여섯 개를 넘지 않는 단순 주관식.

'OO' 식으로 칸을 비워 놓고 채워 넣으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의 논리력이나 표현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Y고교 문화 과목에는 서울.논술형 문항이 단 2개만 출제됐다.

배점은 각각 30점과 10점.

선택형(객관식) 문항 수를 줄이지 않고 배점 비율만 서울시 교육청 방침인 40%를 맞췄다.

이 학교의 김 모군(17)은 "한 문제의 점수가 워낙 크다 보니 이 문제만 망쳐도 총점이 60~70점대로 떨어진다"며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적지않은 점수차가 왔다갔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K고교 문학 과목의 경우 아예 서술.논술형 문항이 단 한 개도 없었다.

객관식 34문제에 총점은 60점.

이 학교 관계자는 "담당 교과 교사들이 지필고사 대신 수행평가 등의 방법으로 40%를 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학생들이 집에서 숙제 형태로 해 오는 수행평가의 경우 인터넷의 표현을 그대로 베끼는 등의 부작용이 많아 학습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술.논술형 평가는 내년부터 대상이 중.고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되고 배점 비율도 커진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