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교류 ; '획일화' 냐 '융합화' 냐 주장 다양해

이번 논제는 문화 간의 교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묻고 있다.

세 개의 제시문에는 문화 간의 교류 및 접촉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획일화·동화의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나타나 있고,수험생들은 이 세 제시문의 논리적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써야 한다.

특히 제시문에 대한 요약문을 작성하는 것과 각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이 주요한 평가 요소므로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제시문 요약의 경우 자칫 산만하게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으므로 각 제시문의 내용을 주지와 상술의 구성으로 간략하게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요약문을 작성하는 것은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과 주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번 논제처럼 논의의 쟁점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제시문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찾아야 하는 유형에서 많은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각각의 제시문은 독자적으로 뿐만 아니라 서로 논리적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제시문에 대한 독해에 초점을 맞추면 되겠다.

제시문 (가)는 브라질 정부의 문화통합정책과 원주민들의 대응에 관한 내용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할 때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문화는 상대 문화를 자신의 문화에 편입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문화의 일방적인 통합은 자신의 전통 문화를 지키려고 하는 문화 주체들에 의해 저지당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문화의 개별성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함으로써 문화의 교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 접촉을 통해 각 문화의 주체는 자신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선택적으로 상대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더욱 독창적인 문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제시문 (가)의 경우다.

브라질 정부가 원주민을 '문명 생활'에 통합시키려 하였으나 원주민들은 브라질 정부의 시도를 거부하고 고대로부터 유래하는 대부분의 전통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가 지원한 몇 가지 문명의 요소들은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독특한 문화를 재창조하였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문화의 교류 및 접촉이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교류는 필연적으로 일정부분 획일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한 현상은 결국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문화 자체의 소멸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수백만명을 기아로 죽게 하고,수십만명을 이주하게 만든 아일랜드의 기근은 감자의 흉작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는 감자의 종을 단일화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보다 광범위한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자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인류에게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제시문 (다)는 문화 동화가 갖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상대 문화의 고유성을 지켜주는 것이 문화가 더욱 융성해질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동화되는 것,혹은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집단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포기하고 주류 문화에 동화되는 데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제시문 (다)의 주장이다.

즉 문화 동화가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집단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며,그로 인해 그들의 고유한 문화적 속성들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 제시문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했다면 주어진 논제가 제시문의 내용적 상관성으로부터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현대 사회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다양한 문화적 교류와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각각의 제시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러한 문화적 교류는 문화의 획일화라는 문제를 대두시키고 있다.

따라서 제시문 (나)와 같이 문화적 다양성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 다양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제시문 (가)에 의하면 문화의 동화 혹은 문화의 획일화가 어느 경우에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선택적 수용을 통해 더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지 않는가? 또 제시문 (다)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문화 간의 접촉이 상대 문화에 통합되는 문화의 획일성 혹은 동화가 이루어진다고 할 때,그것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화적 다양성만을 최선의 대안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즉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새로운 고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이번 논제의 핵심적인 문제 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제는 '문화적 다양성과 문화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진술하는 것이 논술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제시문의 내용과 각각의 제시문이 논제 형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실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가 왜 이 논제를 출제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즉 제시문 (나)는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논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에 반해 제시문 (가)와 (다)는 문화적 교류와 접촉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제시문 (나)와 상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시문 (가)와 (다)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낸다.

제시문 (가)는 문화 접촉에 있어 선택적 수용을 통한 독자적 문화 형성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고,제시문 (다)는 자발적인 문화 동화 혹은 획일화도 의미있다는 주장을 통해 문화 동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시문의 연관관계를 고려하여 문화의 교류와 접촉이 필연적인 현 시점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선택적 수용,자발적인 동화라는 다양한 문화 교류의 태도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한다면 무난하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분석과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바탕으로 답안을 구성한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틀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650~750자 내외의 짧은 논술이므로 서론은 굳이 구성하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본론의 구성만을 생각한다면 우선 본론의 첫 단락에서 문화 간의 교류,접촉에 대한 태도라는 공통 주제를 상기시키면서 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두 번째 단락에서 왜 이러한 문제가 출제되었는가에 대한 출제 배경을 진술하는 것도 구성의 묘미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논제를 해결할 때 출제자가 어떤 답안을 요구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정답을 찾아 쓰려는 것인데,논술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이 없는 시험이기도 하다.

다만 방향성만이 전제될 뿐이다.

따라서 이런 답을 요구할 것이다라는 정답 찾기의 답안이 아니라 왜 이런 논제를 출제하게 되었을까 하는 출제 배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출제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자신의 독창적인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이번 논제의 경우 '문화 간의 교류와 접촉이 일상화되었다' 혹은 '세계화 시대다'라는 것만으로 논의의 필요성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 걸음 더 나간다면 획일화라는 경계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문화 간의 교류가 서로의 독자적인 문화 형성에 이바지한다면 사실 이번 논제는 논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교류가 곧 획일화라는 일정부분의 문제적 상황을 발생시키고 있고,그러한 문제적 상황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지식인이라면 정답이 주는 유혹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허점은 없는가? 절대적인 규정성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출제 배경을 본론의 논지 전개 속에서 일정부분 정리하고 넘어간다면 짧은 논술이지만 논의의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크게는 두 가지 관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적 다양성은 중요하다는 주장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적 수용이나 자발적인 문화 동화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문화적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둘째는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절대적인 문화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선택적 수용과 자발적인 동화 현상에 대한 긍정성과 그것이 문화 교류 속에서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

어떤 주장을 전개하든 상대 견해의 긍정적 측면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미서(초암논술아카데미 논술강사) dolpul@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