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가구대전'이 열린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어린이용 가구 '베로니카 세트'에 붙은 '4,458,000원'이라는 가격표가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구는 전시된 당일 두 세트가 팔려 나갔다.

398만원짜리 청바지,3000만원짜리 맞춤 수트,1억5000만원이 넘는 TV….유통가엔 최근 '헉!'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값비싼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백화점 등의 유통업계는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판단 아래 이른바 'VIP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가품 소비가 중산층에게까지 擴散되자 일각에선 사회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명품 소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명품 투수''명품 政黨' 등에서 읽을 수 있듯 '명품'이 '사치' 대신 '남과 다른 우수함'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명품 소비는 경제적으로도 나름대로의 효용을 지닌다.

흔히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는 계층 간 違和感을 조성하고 소비 餘力이 충분치 못한 계층의 '따라 하기' 충동을 불러 과소비를 助長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고소득층의 소비는 전체적인 內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부자들이 소비경기 회복세 이끈다

경제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법칙에서 '파레토 법칙'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이 법칙은 사회의 소득 상위 20%가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생산과 소비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20:8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이 법칙대로라면 부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선 전체 경기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본격적인 소비경기 회복세가 感知되기 직전에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3개월 연속 최고 70%를 넘나드는 두 자릿수 신장세를 보였다.

억대 목걸이,수천만원대 명품시계,수백만원을 呼價하는 핸드백이 잘 팔리고,고가 수입자동차 판매량이 2004년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체 民間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이후 작년 하반기 민간소비가 2004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 늘어났다.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자들이 경제의 '아랫목'에서 군불을 지피면서 생긴 온기가 점차 '윗목'까지 훈훈하게 만든 것이다.

○소비는 신(信)산업 성장의 원동력

새롭게 등장한 산업에서는 초기에 소비의 물꼬를 터주는 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고소득층의 과시적 소비가 미성숙 시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휴대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될 당시만 해도 기기값과 통신비가 너무 비싸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때 일부 고소득층은 자신이 '휴대폰을 쓸 만큼 넉넉하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휴대폰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명품소비는 패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프랑스가 오늘날의 명품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불과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많은 명품 제조업체들은 사실 회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영세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내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던 이들 업체는 부자들의 특별한 기호에 맞춘 제품을 내놓으며 명품으로 성장해 갔다.

일부 고소득층이 선택한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에 '명품'으로 불리며 프랑스 수출의 효자 품목으로 커 나갔다.

명품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프랑스의 예에서 보듯 고가품을 소비할 여력을 가진 부유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명품 소비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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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읽기

·擴散(확산)
·政黨(정당)
·違和感(위화감)
·餘力(여력)
·助長(조장)
·內需(내수)
·感知(감지)
·呼價(호가)
·民間(민간)
·誇示(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