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독자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Google) 사이가 심상치 않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산맥인 두 회사는 오랫동안 각각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으며 '평화 공존'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며 '상호 불가침'의 전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양대 산맥 간 일대 격돌이 예고된 것.결과에 따라선 세계 IT 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난타전 예고,MS vs 구글

MS는 최근 시험판으로 내놓은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 7(IE7)'에서 사용자들이 검색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주소창에서 자사의 검색 엔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검색의 제왕' 구글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구글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MS의 이번 행위가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며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기관에 이의를 제기했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검색 엔진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놓아야 한다"며 MS를 강력 비난했다.

구글 경영진 가운데는 1990년대 말 MS 익스플로러에 의해 시장에서 축출된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당시 시장 1위였던 넷스케이프는 MS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시작하면서 힘을 잃고 말았다.

MS를 상대로 뼈아픈 패전 경험을 지닌 이들은 MS의 검색 시장 진출이 장차 구글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MS는 구글의 반발엔 아랑곳하지 않고 "내년도 투자를 당초 예정보다 20억달러 정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액을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광고 기반 인터넷 서비스에 쏟아부을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MS의 지출 확대를 '군비 확장'에 비유하며 두 회사의 경쟁이 갈수록 호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쫓기는 MS,추격하는 구글

하지만 MS가 구글에 대해 공세를 취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MS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IT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MS는 요즘 위상이 영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도 IT 업체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지난달 말엔 실망스러운 실적과 무리한 투자 계획 등으로 단 하루 만에 주가가 11% 넘게 급락,시가총액이 320억달러(약 30조원)나 줄어들기도 했다.

반면 구글은 시장과 증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MS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특히 MS가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케치업과 어친 등을 인수해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사들여 지역 광고도 늘렸다.

웹 기반 워드 프로세서를 만드는 '라이트리'라는 업체를 인수해 MS의 핵심 영역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MS가 PC를 기반으로 한 운영 체제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구글이 일종의 인터넷 운영체제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빌 게이츠 MS 회장은 지난해 사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인터넷을 통한 구글의 소프트웨어 공급을 직접 언급하며 'MS의 위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전문잡지 포천도 최근 "(MS가) 확실히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MS,반(反)구글 연대 구축?

이런 가운데 MS가 구글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해 야후의 지분 인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최근 몇 년 동안 MS와 야후의 제휴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었다"며 "MS 주주들도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에게 야후와 제휴를 추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은 자사의 검색 서비스에 사용하는 검색 엔진을 구글 대신 MS로 바꿔 MS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MS로서는 MS-야후-아마존으로 이어지는 '반구글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MS의 야후 인수가 수익성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구글이 장악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약 1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4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 구글, 분기 경영실적 MS에 판정승 ]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에선 구글이 MS에 판정승을 거뒀다.

매출이나 순이익의 절대 규모는 여전히 MS가 구글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구글은 월가(미국 뉴욕의 금융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반면 MS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구글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즉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1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한 5억9200만달러(주당 1.95달러)에 달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특별비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2.29달러였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인 1.97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매출액도 22억5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9%나 급증했다.

구글의 분기 매출이 2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회사를 설립한 지 7년반 만이다.

반면 MS의 실적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지난 3월로 끝난 MS의 3분기 순이익은 30억달러(주당 29센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도 109억달러로 증가율이 1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주당 순이익 33센트,매출액 110억달러를 예상했었다.

MS의 크리스 리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 MSN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MS가 기술력과 경험,자금력이 있는 만큼 반전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