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항상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한다. 어떤 논제도 현재의 시대적 특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논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논제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다.

이번 논제처럼 현대 사회는 '접속의 시대다'라고 전제하고 있다면,이미 전제하고 있는 시대적 특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우선 출제자가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에 동의한 상태에서 자신의 견해를 전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논의 자체를 부정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접속의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도는 부정적 측변의 인간관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2]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증하시오.

우선 [1]에서 전제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시대가 '접속의 시대'라는 점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와 [나]를 독해할 때,'접속의 시대'란 무엇이며,그 특성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 이번 논제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찬반양론이라는 점이다. [1]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접속의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측면의 인간 관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따라서 지금의 시대가 '접속의 시대'라고 할 때 인간 관계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인지,부정적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논제에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은 일정 부분 평가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시험이므로 시험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실히 지켜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논제에서는 '접속의 시대'라는 시대적 특성에서 나타나는 인간 관계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살펴보고 그 중에 한 입장을 선택해 구체적인 사례 제시와 함께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시문 [가]는 [나]와 같은 관점에서 현실적인 상황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는 글이다. 따라서 제시문 [나]를 우선 살펴보고,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원활한 독해에 도움이 된다.

제시문 [가]는 크게 세 가지의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접속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현재적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이전의 사회가 소유를 중심으로 한 시장 체제의 사회였다면 지금의 시대는 배타적인 관계에서의 소유가 아닌 협력적인 관계에서의 접속이 중요해졌다는 것이 필자의 관점이다.

둘째,'접속의 시대'로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게 될 인간 관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접속의 시대'는 '소유의 시대'와 달리 '내 것'이 중요한 폐쇄적인 시장 경제가 아닌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경제다. 따라서 높은 효율성과 모든 것의 서비스화를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으며,인간 관계까지도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이전의 사회에서보다 인간은 더욱더 소외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접속의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인간에 대한 특성과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 정신보다는 유희 정신에 익숙하고,네트워크라는 관계망 속에서만 자율적인 것이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제시문 [가]는 제시문 [나]에서 전제하고 있는 접속의 시대의 특성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한다. 접속을 통해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실존하지 않아도 접속만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상태에 놓이게 됨으로써 어쩌면 가상의 세계에 사로잡혀 현실 세계로부터 완전히 소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제시문의 내용을 통해 우리는 '접속의 시대'가 '소유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인간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즉,소유를 통해 관계 맺는 방식이 아닌 나눔,혹은 접속을 통해서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 맺기가 주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긍정적인 측면이라면 경쟁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이전의 관계 맺기는 나와 타인의 경쟁이 주된 것이었지만,'접속의 시대'는 협력이 가장 중요한 관계 맺기의 방식이 될 것이다.

둘째,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인간 관계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컴퓨터 통신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개방적인 인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셋째,다량의 정보와 다양한 정보의 교환이 가능한 관계가 될 것이다. '소유의 시대'에서는 개인의 소유에 의해 정보 교환이 폐쇄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접속의 시대'에서는 정보 교환의 개방성으로 인해 더욱 편리하고 풍부한 정보 교환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의 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첫째,일회성의 접속으로 인한 인간 관계의 도구화를 생각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에 의한 소통이 오히려 수동적인 인간형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둘째,진정한 인간의 소통이 아닌 거래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나의 존재성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타인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나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가상 공간 속에서 '현실의 나'가 아닌 '가상의 나'를 등장시켜 관계를 맺음으로써 현실 공간에서는 소외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이는 익명성의 문제와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측면 중 하나의 측면을 선택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답안을 작성한다면 큰 무리없이 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찬반 양론의 논제에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게 될 경우 자칫 편협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므로 반대 견해에 대한 간결한 언급을 통해 이러저러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이러저러한 부정적 측면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식의 논지 전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500~600자의 짧은 논술이므로 반대 견해는 2~3줄 정도로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도 논지 전개의 센스가 될 것이다.

또,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라고 할 때,많은 학생들이 제시한 사례에 대해 부연을 함으로써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주장보다 사례에 대한 부연이 더 길어 주장이 모호해지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주장을 위해 사례가 있는 것이므로 이 역시 2~3줄로 간결하게 제시한 후,일반화시키는 과정을 반드시 첨가해야 할 것이다.

박미서 (초암논술아카데미 논술강사) dolpul@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