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5일자 A8면

국민은행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정과 관련된 감사원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론스타와 합의했다.

또 지난 주말로 종결된 정밀실사 기간을 5월12일까지 3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24일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불법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해 론스타가 반발해 법적공방이 이어지더라도 국민은행은 검찰 수사 결과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병연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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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외환은행을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팔 때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했는지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만약 BIS 비율이 조작됐거나 계산에 심각한 잘못이 발견될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에 많은 돈을 빌려줬는데 이 회사가 장사가 안되 돈을 떼일 위기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외환카드도 고객들이 카드를 쓰고 돈을 못 갚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골칫덩어리였던 셈이다.

이러한 외환은행을 되살리려면 다른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오거나 나랏돈인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튼튼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부실 기업에 공적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당시의 분위기로 인해 결국 다른 투자자를 찾아 외환은행을 처분하게 된 것이다.

○BIS 비율은 은행 건전성 판단의 잣대

정부가 외환은행의 매각을 최종 결정하는데 적용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BIS)이 국제결제업무 참여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고안해 낸 BIS 비율이다.

이는 은행이 기업 등에 빌려줬으나 자칫 떼일지도 모를 돈인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을 말한다. 위험 정도를 감안한 자산을 분모로 하고 BIS가 따로 정한 자기자본을 분자로 계산한 것으로,수식으로는 BIS기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의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또는 위험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그 비율은 높아지게 된다. 한마디로 고객이 원할 경우 은행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인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인 셈이다.

사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이 개념은 생소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50억달러의 금융지원을 받는 대신 BIS 기준을 도입키로 하면서 BIS 비율은 은행의 생사를 결정짓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국제업무수행 은행 BIS 8% 이상 유지해야

BIS 비율이 어느 정도가 돼야 건전한 은행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BIS는 1992년부터 국제업무를 하는 은행에 대해 8% 이상의 BIS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8%는 넘어야 우량은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BIS 비율이 8%에 이르지 못하는 은행을 없애기로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동화은행을 비롯해 경기은행,충청은행,동남은행,대동은행 등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외환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부와 외환은행 경영진은 돈을 더 끌어오지 못하면 2003년 말에는 BIS 비율이 6.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환은행에 돈을 대주겠다는 투자자는 론스타 한 곳 뿐이었다.

론스타는 금융회사가 아닌 펀드로 원래는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BIS 비율 문제로 인한 예금인출사태 등 금융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예외적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외환은 BIS비율 조작문제로 논란 가열

그런데 2003년에 2100억원의 적자를 낸 외환은행이 지난해엔 1조9000억원의 돈을 벌어 들이는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다. 론스타는 이처럼 회생한 외환은행을 최근 국민은행에 팔기로 하면서 4조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벌게 됐으며 이로 인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서 론스타의 배만 불려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을 살리는데 급급했던 정부가 BIS 비율을 6.16%로 낮게 조작해 론스타의 인수를 도와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BIS 비율 조작 의혹의 핵심은 비율산정 공식의 분자(자기자본)가 잘못 계산됐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나 외환카드에서 발생할 예상 손실액을 1조7000억원으로 잡음으로써 3000억원 정도를 과다 계상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을 갉아먹어 분자가 작아지고,결과적으로 BIS 비율도 낮게 산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BIS비율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어느쪽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

* BIS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국제결제은행=1930년 5월에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로 통상 영문표기인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의 이니셜인 BIS로 불린다.

원래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배상문제를 처리할 목적으로 발족됐지만 현재는 각국 중앙은행 간 또는 일반은행과 중앙은행 간 상호 결제업무는 물론 금융정책조정 등 국제적 현안도 다룬다.

특히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국제기준의 자기자본비율인 BIS 비율을 1988년에 만들었다.

◆신BIS 비율=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BIS 자기자본비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상대방의 위험도를 세부적으로 평가해 위험가중치를 차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은행의 위험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대손충당금 추가확충 등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신바젤협약 또는 바젤Ⅱ로도 불리는 이 새 기준을 내년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총자본(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단순 자기자본비율'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점에서 은행의 자산을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채권의 만기,담보 및 보증 유무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다음 위험이 클수록 높은 가중치를 적용하는 BIS 자기자본 비율과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