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4월5일자 A2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면….'

그 답은 영어회화에 능통하고 3.5km 거리를 20분 내에 주파하며 독방에서 일주일 동안 견디는 인내력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인체 균형감각마저 잃는 극한 환경에서 생기는 우주 멀미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부는 2008년 4월 러시아에서 발사되는 소유즈 우주선에 오를 한국인 첫 우주인 선발 작업을 오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이 작업은 올해 12월 중순까지 4단계로 나눠 계속하며 최종 선발된 우주인 2명 중 1명이 우주선을 탄다.

첫 우주인 도전자는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로 키 150∼190cm(앉은키 80∼99cm),몸무게 50∼95kg,발크기 29.5cm 이하,나안시력 0.1,교정시력 1.0 이상의 신체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 혈압은 수축기 최고 140∼최저 90,이완기 최고 90∼최저 60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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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이며 IT(정보기술)와 BT(바이오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항공우주기술(Space Technology;ST)은 아직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도 또한 아주 낮은 실정이다.

1961년 러시아인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공간을 체험한 후 지금까지 미국 중국은 물론 쿠바 베트남 몽고 등 34개국 421명(2004년 말 기준)의 우주인이 탄생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우주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우주인이 탄생할 전망이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달 21일부터 신청을 받아 올해 말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2007년부터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15개월간의 훈련을 거치게 되며 그 중 한 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은 지상 350km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0일간 머물면서 과학실험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에 총 260억원 소요

한국인 우주인 한 명을 배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우주인 배출사업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데 드는 '우주선 차비'이며 그 다음이 우주인을 훈련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다.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러시아 측과의 협상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우주인 훈련 및 탑승에만 대략 200억원이 들 것으로 정부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의 데니스 티토씨 등 우주여행경비로 200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우주인 배출사업을 운영하고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데도 60억원 상당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주인 한 명을 배출하는 데 총 260억원 상당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은 소요경비 중 60억원만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민간기업으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다.

이미 주관방송사 선정과 관련,SBS가 5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전해왔다는 게 과기부 측의 설명이다.

우주인 사업은 홍보효과가 뛰어난 만큼 민간기업으로부터 광고 등을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중국도 우주인을 보낼 때 13개 기업으로부터 375억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우주기술에 대한 관심 제고 효과

이처럼 엄청난 돈을 들여가면서 우주인을 배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IT,BT,ET(환경기술),NT(나노기술),CT(문화콘텐츠기술) 등과 함께 미래를 이끌 6T의 하나인 ST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ST분야가 낮은 투자효율성 등으로 인해 다른 첨단 기술에 비해 부진한 게 현실이고 보면 홍보효과가 뛰어난 우주인 배출을 통해 우주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실제로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의 발사로 충격을 받은 미국이 1960년대부터 항공우주산업에 집중 투자한 결과 첨단기술 종주국이 되었는가 하면,중국 또한 1994년에 장쩌민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유인 우주분야 협력 틀에 합의하는 등 정치권의 우주프로젝트 지원에 힘입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우주인 배출사업은 우주인 선발과 훈련과정,우주비행,우주과학실험 등을 통해 유인 우주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임은 물론 경제·산업적 측면에서도 지상에서 불가능한 우주 과학실험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등 여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우주선 개발 본격 나서야

물론 우주인 배출 사업을 놓고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주인 배출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엄청난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산업의 경우 무형적,장기적 효과가 엄청나다.

우주선은 첨단기술의 상징으로 통한다.

때문에 어느 나라가 우주선을 쐈다고 하면 세계가 그 나라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이 2005년 10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6호를 발사하자 곧바로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우주인 배출이 오히려 늦은 감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업이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업에 이어 우리도 항공우주산업 개발을 위한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할 것임은 물론 장기 사업으로 우주선을 직접 만들어 띄우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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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지구궤도에 건설되는 대형 우주 구조물로서 사람이 반영구적으로 생활하면서 우주실험이나 관측을 하는 기지로 우주정거장으로 불린다.

사람이 우주로 가기 위해선 지구에서 우주정거장까지 사람이나 기자재를 우주왕복선으로 옮긴 뒤 이곳에서 다시 정비하여 본격 우주항행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우주 진출의 전초기지다.

◆'스푸트니크(Sputnik) 쇼크'

구소련은 1957년 10월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이를 스푸트니크 쇼크라 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항공우주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선저우(神舟)6호

중국의 두 번째 유인우주선으로,2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5일간 우주여행을 마친 다음 2005년 10월17일 무사히 귀환했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 3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