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 가운데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세계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으로 일궈냈다.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답게 강력한 리더십과 저돌적인 돌파력을 지닌 맥닐리 회장은 30세의 젊은 나이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올라 지속적인 회사 성장과 이익을 창출해 냈다.

◆반(反)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선봉 역할 자임

1953년 생인 스콧 맥닐리는 미국 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가 1976년 하버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MBA를 마친 후 일리노이주에 있는 트랙터 부품 제조업체에 입사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81년에는 워크스테이션 전문업체인 오니스에 제조 담당 매니저로 입사하면서 IT 업계에 첫 발을 들여 놓는다.

이듬해에는 안드레아 벡톨샤임 등 스탠포드 MBA 동료들과 회사를 공동으로 차리고 '선(Sun)'이란 이름의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2년 뒤 서른의 나이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미국 언론이 선정한 CEO 25인에 오르는 등 지금껏 경영 수완을 발휘하면서 회사를 키워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설립 6년 만에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는 반(反)마이크로소프트(MS) 진영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MS 독점 폐해를 비난하는 그의 독설은 업계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1998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MS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해 증언해 법원이 MS에 대한 반독점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과 제휴해 MS를 견제하는 연합 전선 구축에도 박차를 가했다.

◆혁신이 기업 최고의 덕목

맥닐리 회장은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혁신을 꼽는다.

그는 "선택 없이 경쟁력 없고,경쟁력 없이 혁신은 없다.

그리고 혁신 없이는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그가 한국상공회의소가 마련한 간담회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혁신이 열쇠'라는 점을 계속 강조한 것도 그의 이런 철학과 무관치 않다.

당시 맥닐리 회장은 "미래의 성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장점을 극대화하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며 "선은 설립 이후 지속된 혁신 과정을 통해 표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최적의 활용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개발에 과도한 투자 말아야"

기업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맥닐리 회장은 기술을 구현하는 데 쓸데없는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업의 경영자들이 최상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각각 다른 회사의 어플리케이션(장치)들을 조합하고 있지만,기업 고유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려다 보면 초과 비용이 발생하고 제품이 단종되는 문제점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맥닐리 회장은 이미 만들어진 환경에 기업을 껴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트럭을 만들어 쓰는 대신 만들어 놓은 트럭을 사서 운전만 하라는 것이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