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등의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3·30 부동산대책'이 지난달 말 발표됐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8·31 대책'을 내놓은 지 꼭 7개월 만이다.

이번 대책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정부·지자체)이 '개발부담금' 형태로 환수하는 게 핵심 목표다.

개인의 노력에 관계없이 용적률 증가 등으로 생긴 이익을 거둬들여 집값이 계속 오르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재건축조합은 사업착수 시점(추진위원회 승인일)과 준공시점의 집값 차액에서 개발비용과 정상적으로 오른 집값(시·군·구 상승률)을 뺀 금액(개발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부과 대상은 전국이다.

정부는 다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재건축 개발이익이 크지 않아 부담금을 내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등 야당이나 일부 전문가들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차별적 과세(課稅)여서 위헌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지나친 부담금 때문에 공급이 줄어 결과적으로 아파트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대·나라마다 개발이익 범위 달라

개발이익은 다양한 요인으로 상승한 부동산 가치 증가분을 뜻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공공이 환수하는 게 옳으냐는 것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1600년대부터 개발이익 환수제를 도입했던 영국은 상·하수도나 도로 등 공공사업의 편익으로 사업지구나 주변지역에서 발생한 가치(가격)증가분을 환수대상으로 했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영국 등 상당수 국가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도시계획 및 토지용도 변경 등으로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정부·지자체의 개발허가로 발생한 이익으로까지 환수대상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지가 상승분에서 토지소유자의 직접 투자를 제외한 가치 증가분(capital gain)'을 개발이익으로 정해 단계별로 이익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89년 제정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보면 △토지 소유자의 노력 없이 △개발사업,토지이용계획 변경이나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상승한 가치 증가분 가운데 △정상적인 가격상승분을 초과한 금액을 환수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공공사업에 따른 편익증진,개발사업 인허가에서 발생한 이익,토지개발 및 건축에 따른 이익,땅값 상승으로 얻게 된 우발적 이익 등이 모두 '개발이익'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사용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직접 개발에 따른 이익만을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발이익 환수하면 집값 안정될까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면 막연한 초과이익 기대감이 줄고 고질적인 투기요인이 차단돼 집값이 안정된다는 게 정부측의 논리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기성이 강해 집값 불안 심리를 부추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발부담금을 물려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재산세·종부세 부과 등 8·31대책의 시행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되면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발이익 환수 등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도심지역 주택공급이 줄고,결국 수요초과(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져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따라서 개발이익 환수 강화보다는 공급을 늘려 집값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외국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주택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저성장 경제로 접어든 나라일수록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개발이익 환수제를 완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개발이익 환수제가 엄격하게 운영되면 민간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