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4월4일자 A8면

지난 2월 임시국회 막바지 통과가 좌절됐던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 들어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문을 연 4월 임시국회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회의장 점거로 첫날부터 진통을 겪었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 20여명은 이날 새벽 3시께 열린우리당의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법사위 회의실을 기습 점거,농성을 벌였다.

민노당은 안상수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이날 중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점거를 풀어 법사위는 정상 가동됐다.

하지만 민노당은 여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혀 날선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양준영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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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에 비해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등 재계는 가뜩이나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있다. 1년4개월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비정규직법안이 지난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국회 본회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이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를 지지하고 있는 야당인 민노당은 "이를 강력 저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제한 부분이 수용되지 않는 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넘어

직장에는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말단 직원,환경미화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있다. 기업이 뽑은 직원들은 별 일이 없으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근로자들을 정규직이라 부른다. 물론 근래들어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정년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규직은 신분이 보장된다. 매달 월급은 물론 때때로 보너스도 받고 해가 바뀌면 월급이 올라갈 뿐 아니라 퇴직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은 이들과는 달리 하나의 회사에 얽매여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들어가 일정 기간 일하고 돈을 받는다. 어느 회사든 자신의 일터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월급도 일정하지 않다. 회사와 계약한 대로 일하고,일한 만큼 돈을 받으며 보너스나 퇴직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식적으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란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은 근무형태도 다양하다. 기간제 근로자,파견근로자,특수고용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추정방식에 따르면 비정규직(2005년 8월 말 기준)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55.9%인 81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적용 어려워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일까.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72%의 사업주들이 고용과 임금 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의 1주일 근로시간이 45.5시간으로 정규직(44시간)보다 많은 데도 평균 임금은 정규직(182만원)의 절반 정도인 96만원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동일 노동,동일 임금'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을 따지지 말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같은 월급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정규직은 한 분야에서만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높다. 반면 비정규직은 새로 배우면서 일을 해 효율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업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월급을 똑같이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 또한 간단하지 않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릴 경우 인건비가 뛰면서 기업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되며 결국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해법은 고용유연성 강화

비정규직법안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로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를 시정할 수 있는 토대는 일단 마련됐다. 하지만 문제는 법안의 취지인 고용안정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기간제 근로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함으로써 비정규직의 고용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사유에 대한 제한이 없는 비정규 관련 입법은 비정규직 확산법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도 "고용유연성을 해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구조조정 등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는 했지만 정작 그 해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근로자와 사용자 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든 법이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태를 몰고와서는 안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

◆기간제 근로자=하루 또는 한 달 등으로 일할 기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기간 동안 일한 대가를 받는다.

따라서 약속 기간이 끝나면 그 직장을 떠난다.

아르바이트생과 비슷하다.

◆파견 근로자=인력공급업체인 파견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회사로부터 소개받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어느 직장에서 일하든 파견회사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파견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대신 파견회사는 파견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직장으로부터 사람을 소개해준 대가를 받는다.

◆특수고용직=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 등을 말한다.

이들은 근로자인지,자영업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며 일종의 프리랜서(자유직업인)다.

예를 들면 레미콘 기사는 대부분 자기 차량을 갖고 건설현장 등에 레미콘을 실어다 주고 돈을 받으며 따라서 이들은 일반 근로자처럼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