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자로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지 정확히 3년이 지났다.

미국은 2003년 3월20일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그해 5월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전투 종료 선언'으로 42일 만에 끝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끝나지 않을 전쟁'(Never Ending War)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후 경제복구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혈사태 속에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또 종파 간 갈등으로 전후 3년이 다 지나도록 새 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는 빗나갔으며 여전히 유가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종파·종족 간 극한 대립

이라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15일 사담 후세인 정권을 대체할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을 실시했다.

그러나 각 정치세력들은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새 의회를 개원하는 등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테러와 전투까지 동반하는 이익세력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은 이라크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숙이 밀어넣었다.

지난달 22일 사마라에서 발생한 시아파 사원 폭파사건은 이라크 사회의 종파 간 분쟁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이후 수니·시아파 간 보복전이 이라크 전역을 휩쓸었다.

이라크는 전쟁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내전의 현장으로 변했다.

종파분쟁에 휘말려 처참하게 살해된 시신들이 거의 매일 발견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 같은 상황의 책임을 시아파를 자극해 종파 간 내전을 야기하려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자들과 알 카에다 세력의 소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과 이라크 신 정부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 재건작업은 지지부진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이라크 재건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역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하루 6000㎿(메가와트)가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량은 2800㎿에 그치고 있다.

상수도 사업계획 136건 중 49건만이 마무리돼 상수도 보급률이 78%에 불과하다.

또 전체 가정의 37%만이 하수시설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2003년만 해도 2004∼2007년의 이라크 재건 비용으로 56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 회계 감사원(GAO)은 "이 액수는 안보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까지 집행한 예산의 16∼22%는 재건이 아닌 안보 비용으로 소모됐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패배자인가?

지난 14일까지 미 국방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군 점령에 맞서 싸우다 숨진 이라크인은 5만명을 웃돌고 있다.

미군 사망자 수도 2302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에도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바닥을 기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고,이는 부시 자신은 물론 미국의 국가적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 왜곡 논란과 이 과정에서 일어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인 '리크 게이트'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 등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시 정권의 도덕성도 타격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의 핵문제다.

미국 정부가 이란을 당장 침공하긴 어렵겠지만 대(對)이란 선제공격이란 카드를 불시에 꺼내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미국이 이란까지 칠 경우 반미정서가 중동 및 아랍권 전역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명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