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3월10일 정치면


한국의 아프리카 원조가 2008년까지 세 배로 늘어나 연간 1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와 경제·사회 개발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확정,9일(한국시간 10일 새벽) 한·나이지리아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노 대통령이 10일 한·나이지리아 경제인 오찬간담회 때 연설을 통해 밝힌다.

특히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모든 출국 국민에게 공항에서 1000원(1달러)의 기금을 징수할 방침이다. 이렇게 징수하면 연간 150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 이니셔티브는 단기간에 빈곤과 저개발을 극복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유하겠다는 것으로,늘어난 정부개발원조(ODA) 자금은 선정(善政)국가에 집중 지원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 안에 총 1000명의 아프리카인이 한국으로 초청돼 교육을 받는다. 한편 노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와 석유,가스,전력,운송,IT산업 분야 협력 강화에 대해 협의했다.

아부자(나이지리아)=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


세계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는 세계화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아직도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2억명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절대 빈곤층이며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경제개발과 세계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이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정부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정책이다.

◆자금공여시 무상부분이 일정비율 이상 돼야

ODA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원조로,공공개발원조 또는 공적개발원조라고도 한다.

증여를 비롯 차관,배상,기술원조 등의 형태로 실시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자금의 경우 정부 또는 정부의 원조기관에 의해 공여되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자금 공여조건이 개발도상국에 부담되지 않도록 무상 부분이 일정비율 이상 돼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원조를 실시하기 위해선 첫째 환경과 개발을 양립해야 하며,둘째 군사적 용도와 국제분쟁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회피하고,셋째 군사 지출,대량파괴 무기 및 미사일 개발과 제조,무기의 수출입 동향에 대해 주의해야 하며,넷째 시장경제 도입의 촉진,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보장 상황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는 4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군사 혹은 종교적 목적의 지원,학술 및 문화교류 차원의 지원,민간단체의 자발적인 지원 등은 ODA에 해당되지 않는다.

◆ODA 규모는 유엔권고 기준의 10분의 1에 불과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둔 데는 우리 국민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가 큰 보탬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척도라 할 수 있는 ODA 규모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대외원조는 국민 1인당 8000원 정도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 소속국가의 평균 80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규모를 6290억원으로 대폭 늘렸지만 국민총소득(GNI)의 0.083%에 불과해 OECD 회원국의 평균 0.25%에 못 미치고 있으며,유엔의 권고기준(0.7%)에도 훨씬 미달하고 있다.

그나마 전체 원조의 95%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상과 무상을 적절히 나눠 활용하는 전략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원조 확대로 한국 이미지 제고

한국도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선언을 통해 아프리카 원조 확대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무상원조 규모를 2008년까지 현재보다 3배로 늘리고 여행객이 비행기표를 살 때 1달러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기금도 모을 계획이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ODA 가운데 36% 정도를 아프리카에 공여하는 등 세계 50개 최빈국 가운데 70%가 몰려 있는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으며 '중·아프리카포럼'을 통해 민간교류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일본도 1993년 이후 100억달러 이상을 제공했으며 2007년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원조를 현재보다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나라에 비해 한국의 지원은 크게 부진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의 아프리카 ODA 원조는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 이니셔티브'는 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눈을 제3세계로 돌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아직은 그 규모가 보잘것없다.

이제 우리도 대외원조에서 경제규모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GNI 대비 ODA 비중을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에는 못 미치더라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정회원 가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제적 추세에 맞춰 ODA 중 무상원조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OECD의 24개 전문분야별 위원회의 하나로 개도국에 대한 원조 확대 및 효율성 제고 등 각종 재원의 흐름을 파악하고 회원국 간 원조정책에 대한 협의 및 조정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 회원국은 DAC 비회원국이다.

◆아프리카를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노무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에서 발표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확대 정책.ODA 규모를 2008년까지 현재의 세 배로 늘리고,향후 3년 내 아프리카인 1000명을 초청해 개발 경험을 전수하는 한편 봉사단과 의료단 파견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것 등이 골자다.

◆GNI=Gross National Income의 약자로 국민총소득이라 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에 생산한 총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소득지표다.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