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좌우(左右)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해온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좌파의 공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시작해 14일 끝난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두 행사 기간 내내 떠오른 이슈는 우파와 좌파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우파 시장주의자들의 득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좌파 평등주의자들이 모처럼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기 시작한 것.중국이 '좌향좌'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이번 전인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같은 좌우 논쟁은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 및 계층 간 빈부 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 좌파 평등주의가 상당 기간 중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권법 제정 계속 늦춰져

중국 공산당은 10년 전부터 일종의 사유재산법인 물권법 제정을 준비해왔다.

그 일환으로 2004년 전인대에서 '사유재산 보호'를 명시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물권법을 제정할 수 있는 헌법적 기초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올해 전인대에서 물권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전인대 개막에 앞서 지난달 말 상무위원회는 물권법(일종의 사유재산법) 제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좌파는 사유재산의 범위 및 행사 방법,공증 방식,사유재산 보장 등의 문제를 놓고 우파와 대립하고 있다.

좌파는 "물권법 제정이 토지와 공장 등 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사회주의의 소유관'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표적인 물권법 반대 인사는 베이징대학의 궁셴텐 법학과 교수다.

궁셴텐 교수는 이번 전인대 개막 전에 질의서를 내면서 "물권법이 사회주의적 소유관을 부정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콩의 한 언론은 "궁셴텐 교수의 글은 논리적으로 거칠고 옛 좌파의 낡고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물권법 관련 논의를 3년 전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시야 전 전국총공회(노동조합) 서기와 마빈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고문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측근인 정비젠 개혁개방논단 이사장을 공개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시야·마빈 두 좌파는 "중국이 세계화에 온몸을 던져선 안 된다"며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편승하는 것은 헌법과 당헌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농 갈등과 빈부 격차 문제도

모든 신문과 방송 등 언론 매체들은 전인대 기간 내내 '신농촌 건설'을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다.

신문은 '병 고치기 어렵고 학교 보내기 어렵다'는 뜻을 지닌 '칸빙난 상쉐난(看病難 上學難)' 문제를 연일 들춰내며 농촌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송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난에 허덕여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민과 농촌 출신 노동자의 애환을 다루는 기획 및 토크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문제도 또 다른 논의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좌파는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이라는 화두를 꺼냄으로써 지금껏 경제 발전에만 몰두해온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행동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 때 내놓은 올해 8대 지표 가운데 4개를 환경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정했고,원자바오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에서 처음으로 '환경친화적'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좌파들이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오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의 이데올로기 갈등과 관련된 보도를 하면서 "중국 사회 불안의 더 큰 이유는 농촌 지역 관리들의 부패와 토지 수탈 등에 따른 반발인데 이를 모두 시장경제의 문제점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부 언론들도 "관리들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체계를 고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신농촌건설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