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옥션의 100회 경매에선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가 나와 화제가 됐다.

17세기에 제작된 '철화백자'가 7억원에 시작해 무려 2배가 넘는 16억2000만원에 낙찰돼 미술계를 흥분케 했다.

우리의 관심은 둘째 문장의 '2배가 넘는' 부분이다.

이 표현을 두고 '-가'가 필요 없는,또는 '-을'을 잘못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꼴의 문장은 글쓰기에서 흔히 나오기 쉬운데 '몸무게가 10%가 늘었다'거나 '나는 냉면이 먹고 싶다'라는 표현에서 모두 조사의 용법이 논란이 된다.

'가/이'는 주격조사이므로 '10%가'에서 '가'는 적절치 않으며,'냉면이'에서는 '이'를 목적격인 '을'로 써야 맞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국어 문장의 특징 중 하나는 조사가 발달해 이를 이용해 문장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몸무게가 10%가 늘었다'라는 말은 '몸무게가 10% 늘었다'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말로 할 때 '(무엇이) 10%가 늘었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조사 '가/이'는 주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보조사로서의 쓰임새도 적지 않다.

보조사로 쓰일 때는 앞말을 강조하는 뜻을 나타낸다.

주로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또는 연결어미 '-지'나 '-고 싶다' 구성에서 볼 수 있다.

연결어미 '-지' 뒤에 오는 '가'는 '를'이나 'ㄹ'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방이 깨끗하지가 않다'나 '방이 깨끗하지를 않다'나 모두 문법적으로 바른 표현이다.

'나는 냉면을 먹고 싶다'나 '나는 냉면이 먹고 싶다'나 같은 말이다.

다만 뒤의 말은 '냉면'이 강조된 표현이다.

'나는 학교에 가고 싶다'라는 문장은 '학교를 가고 싶다'로도 할 수 있고,'학교가 가고 싶다'로도 바꿀 수 있다.

심층구조에서는 하나의 메시지이지만 외형적으론 토씨 하나로 뉘앙스가 다른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말이 갖는 '조사의 마술' 덕분이다.

이처럼 조사를 이용한 특이한 문장들이 우리말에 꽤 있다.

'나는 그가 부자라고 생각했다/나는 그를 부자라고 생각했다.''대구가 사과가 많이 난다/대구에서 사과가 많이 난다.''그가 돈이 많다/그에게 돈이 많다.''내일 아침 우리는 공격이다/내일 아침 우리는 공격한다.'

이런 문장은 궁극적으론 같은 의미를 갖는 표현들이지만 조사의 변화에 따라 앞뒤의 말맛이 각각 달라진다.

물론 모두 허용되는 문장이다.

조사 '가/이'의 쓰임새와 관련해 한 가지 더 구별해야 할 것은 '은/는'이다.

이는 통상 주어에 붙는다고 해서 주격조사에 넣기는 하지만 기능상 '어떤 말을 이끄는 주제 표시'를 한다는 점에서 주제격조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의 예문 중 '대구가 사과가 많이 난다'라는 문장은 '대구는 사과가 많이 난다'로 하면 더 자연스러운데 이는 주제격조사 '는'이 뒤에 오는 말 전체를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은 국어에서 매우 흔한데,이를 이중주어문이라고도 한다.

학교문법에서는 복문으로 분류한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