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살펴보았듯이 트라팔가 해전은 영국의 전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승전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영국은 어떻게 막강한 나폴레옹의 군대와 싸우면서 산업혁명이라는 경제사적 대사건을 진행시킬 수 있었을까.

일찍이 이런 시각에서 의문을 품고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가 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슨 교수다.

그의 주장은 간단 명료하다.

전쟁을 하는데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산업혁명과 같은 경제적 변혁에도 많은 돈이 필요한데,당시 영국으로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쟁하느라고 돈을 많이 써버려서 사실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영국의 경제성장은 별 볼일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윌리엄슨이 주장하는 이른바 산업혁명기 영국에서의 구축효과인 것이다.

물론 윌리엄슨의 구축효과에 관한 주장은 그후 많은 학술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을 통틀어 구축효과에 관한 논쟁이라고 한다.

이번 회에서는 윌리엄슨의 구축효과에 관한 주장을 알아보자.

영국은 나폴레옹과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썼다.

이는 전쟁 자체가 영국이 아니라 대륙 본토에서 진행됐고,영국은 나폴레옹과 전쟁을 치르는 각국에 대규모의 군사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직접 해전을 치르는 것을 병행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해외에 지급한 군사지원금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했는데 그 규모는 GDP의 10%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하자면 국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정부 지출을 그만큼 늘린 것이다.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민간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국민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다.

먼저 경제 전체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내는 총수요와 총공급이 만나서 균형국민소득과 물가가 결정돼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앞서도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이때 균형국민소득을 나타내는 식은 Y=C+I+G+(X-M)으로 쓸 수 있다.

즉 균형국민소득의 구성을 수요측면에서 보면 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이는 자본시장에서 그만큼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돈의 가격에 해당되는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다른 거시경제 변수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투자다.

민간의 투자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즉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가 줄어들고,금리가 낮아지면 투자는 증가한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지금 투자하려는 사업의 연간 수익률이 5%인데 이자율이 7%라면 자금을 빌려서 투자할 수 없다.

(꼭 자금을 빌려서 하지 않는 경우라도 기회비용의 개념을 생각하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자율이 3%로 떨어진다면 이 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대상이 되는 사업이 증가하고 따라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 금리가 높아지고,따라서 민간의 투자는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간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감소해 높아진 금리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고,결국에는 전체 국민소득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즉 국민소득의 수준 그 자체에는 변화가 없고,다만 그 내용의 구성을 보면 정부 지출은 커졌는데 민간투자는 작아진 결과가 되는 것이다.

정부 지출의 증가가 민간투자의 감소를 초래하는 것을 구축효과라고 한다.

여기서 구축(驅逐)이라는 어려운 한자말은 몰아서 쫓아낸다는 뜻으로,영어의 crowding-out은 빽빽한 콩나물시루 안에 추가로 콩나물을 계속 밀어 넣으면 어딘가에서 콩나물이 밀려나가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말한다.

(노택선 교수,'통계와 함께 배우는 경제학'196쪽 참조)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