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김 군은 어느 날 생소한 용어를 접했다.

증권사에서 'AI펀드'를 판매한다는 기사였다.

"AI라면 조류 인플루엔자와 관련 있는 펀드를 말하나?"

그러나 기사를 읽어본 김 군은 전혀 다른 뜻임을 알게 됐다.

AI는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아니라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약자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AI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AI펀드는 말 그대로 펀드의 전형적 투자처인 주식이나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대안이 되는 상품은 부동산이나 선박,원자재와 같은 실물자산,ELS(주가연계증권) 등 주식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 등이다.

펀드에 들어온 돈의 일부를 다른 펀드에 재가입하는 것도 대안상품의 일종이다.

지난 6일 조흥투신운용이 신상품으로 내놓은 '탑스뉴멀티에셋 파생펀드'라는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이 상품은 국내 주식과 일본 주식,일본 부동산,알루미늄 및 구리 등 5개 자산의 지수와 가격을 기초로 발행한 장외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대안펀드다.

국내 증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일본 주식이나 부동산,또는 알루미늄이나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식투자에서 발생할 손실을 메울 수 있는 구조다.

요즘처럼 국내 증시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안상품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ELS나 ELF(주가연계펀드) 등 파생상품이 대표적이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개별종목 주가나 지수의 변동에 따라 '원금 + α'의 수익을 추구한다.

자금의 일부는 채권에 넣어 원금의 일정부분을 지키면서 지수나 종목 주가의 등락에 연동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ELF는 ELS 상품을 편입해 펀드로 운용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파생상품펀드의 설정액은 2004년 5월 1190억원에서 이달 초 11조928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거래가 시작된 ELW(주식워런트증권)과 같은 신종 증권도 전통적인 주식투자를 대신하는 투자기법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사뒀다가 차익을 챙기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거래 방식이다.

적은 돈으로도 고가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에는 해외 펀드에 재가입하는 '펀드 오브 펀드'가 신상품으로 자주 등장한다.

수년간 높은 수익률로 이미 검증된 해외 유명펀드에 자산의 일부를 투자하는 상품이다.

2004년 12월 2조2000억원대였던 '펀드 오브 펀드'의 설정액은 이달 초 2배 가까운 4조1900억원대로 불어났다.

선박에 투자하는 선박펀드도 틈새형 대안투자 상품이다.

대개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배를 만든 후 해운사에 빌려주고,그 용선료를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최근에는 선박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선박가격 연동형 선박펀드가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는 등 상품형태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부동산펀드는 자금을 모은 시행사가 분양 수익금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방식과 건물을 직접 매입해 임대료로 수익을 올리는 실물형 방식이 일반적인 운용 형태다.

부동산펀드는 지난 한햇동안 8조6100억원에서 25조6100억원까지 늘었다.

대안투자 상품은 다양한 투자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에겐 접근하기 힘든 상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유가격 상승이 예상되더라도 개인이 직접 국제 원유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렵지만 관련 파생상품에 가입하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선박 등 실물투자에는 거액이 들지만 대안투자 상품으로 '가공'해 놓으면 개인들도 적은 금액으로 참여할 수 있다.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대안투자 상품은 효자노릇을 한다.

대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상황에서 대안투자 상품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해외증시나 부동산,실물자산 등에 분산투자해 놓은 펀드라면 국내 증시가 일시적으로 침체에 빠지더라도 수익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