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시중에 나온 신상품 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은 것을 꼽으라면 새 5000원권이지 않을까 싶다.
紙幣도 일종의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 말이다.
새 5000원권은 지난 1월2일 출시된 직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산뜻한 디자인 때문에 설 연휴 직전에는 세뱃돈으로 脚光을 받기도 했고,일련번호 앞자리 지폐에 대한 인터넷 경매에선 액면가의 무려 1000배인 500만원에 낙찰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시중에서 홀로그램이 부착되지 않은 '불량 지폐' 두 장이 발견됐다.
이에 조폐공사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유통시키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새 5000원권 1681만장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갖고 있는 새 5000원권을 回收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일부 국회의원은 새 5000원권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새 5000원권 제조를 담당하는 조폐공사에서 불량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폐를 찍어내다 보면 불량 지폐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지폐의 색상이 조금 다르거나,지폐에 들어간 圖案이 오차 범위를 벗어난 위치에 찍히거나 하는 식으로 문제가 생긴다.
새 5000원권의 경우 지폐 인쇄 과정에서 불량 지폐가 나올 확률이 8∼9% 정도라고 한다.
10장을 찍으면 1장가량은 불량품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조폐공사에서는 지폐를 일단 찍어낸 후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쳐서 불량품을 가려낸다.
먼저 지폐 45장이 찍혀 있는 전지 상태에서 기계검사를 한다.
이 중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에 대해서는 전문 검사 요원이 肉眼으로 재검사를 실시한다.
이처럼 두 단계에 걸쳐 검사를 하는 이유는 불량 확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계검사에서 지폐 45장짜리 전지가 불량 판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 중 실제 불량이 있는 것만 다시 걸러내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해 지폐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에 시중에서 발견된 불량 지폐 두 장은 기계검사 과정에서는 誤謬가 있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육안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시중에 유통시킨 지폐묶음에서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불량 검사 요원들이 새 5000원권 디자인이 눈에 익지 않아 불량 지폐를 걸러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폐의 생명인 신뢰성 훼손해서야
해외에서도 불량 지폐가 종종 발견된다고 해서 이번 새 5000원권 회수 사태가 正當化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폐는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데다 한은이 국가로부터 독점적 발행 권한을 부여받아 발행하는 것인 만큼 신뢰성이 생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 각국이 위조 지폐 제작 및 유통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위조 지폐가 汎濫할 경우 지폐의 신뢰성을 훼손하고,이는 결국 경제활동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대 국가에서는 지폐에 표시된 금액의 가치를 법으로 보장하는 '法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 제도에서는 국민의 화폐에 대한 信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 구 소련에서 루블화가 여전히 법화임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사람들은 루블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거래 수단으로 더 선호한 것도 루블화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이었다.
지폐는 한 나라의 경제력을 象徵한다는 측면에서 불량 지폐는 우리나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박승 한은 총재는 새 5000원권이 발행된 직후 TV 광고에 출연해 "이제 우리나라도 국력에 걸맞은 선진 은행권(지폐)을 갖게 됐습니다"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지폐 제조기술 수출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폐의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일부 네티즌과 정치인들은 이번 불량 새 5000원권 사태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려내고,再發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한은과 조폐공사는 '부적격 은행권 재발 방지 대책반'을 구성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기관이 불량 지폐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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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도 불량지폐 종종 발견 ‥ 한은 "너무 과민 반응 억울" ]
불량 지폐 회수 실시 이후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은 즉각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심 "국민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눈치다.
불량 지폐가 시중에 유통된 사례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005년 11월 앞면 볼록인쇄가 누락된 20파운드짜리 지폐 450장이 시중에서 발견돼 당국이 전량 회수한 사례가 있다.
또 불가리아에서는 홀로그램이 附着되지 않은 100유로짜리 지폐가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에 필리핀에서는 최근 글로리아 아로요(Gloria Arroyo) 대통령의 성을 'Arrovo'로 잘못 표기한 지폐가 발견됐다.
필리핀 정부는 이 지폐를 정상 화폐로 인정키로 함에 따라 수집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폐 제작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작과 검사 과정에서 간혹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주요국의 경우 지폐를 찍어낼 때 발생하는 불량률이 10∼15% 정도 되지만 한국은 불량률이 가장 높은 새 5000원권도 8∼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解明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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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읽기
紙幣 (지폐)
脚光 (각광)
回收 (회수)
圖案 (도안)
肉眼 (육안)
誤謬 (오류)
附着 (부착)
解明 (해명)
正當化 (정당화)
汎濫 (범람)
法貨 (법화)
信賴 (신뢰)
象徵 (상징)
再發 (재발)
紙幣도 일종의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 말이다.
새 5000원권은 지난 1월2일 출시된 직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산뜻한 디자인 때문에 설 연휴 직전에는 세뱃돈으로 脚光을 받기도 했고,일련번호 앞자리 지폐에 대한 인터넷 경매에선 액면가의 무려 1000배인 500만원에 낙찰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시중에서 홀로그램이 부착되지 않은 '불량 지폐' 두 장이 발견됐다.
이에 조폐공사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유통시키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새 5000원권 1681만장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갖고 있는 새 5000원권을 回收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일부 국회의원은 새 5000원권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새 5000원권 제조를 담당하는 조폐공사에서 불량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폐를 찍어내다 보면 불량 지폐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지폐의 색상이 조금 다르거나,지폐에 들어간 圖案이 오차 범위를 벗어난 위치에 찍히거나 하는 식으로 문제가 생긴다.
새 5000원권의 경우 지폐 인쇄 과정에서 불량 지폐가 나올 확률이 8∼9% 정도라고 한다.
10장을 찍으면 1장가량은 불량품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조폐공사에서는 지폐를 일단 찍어낸 후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쳐서 불량품을 가려낸다.
먼저 지폐 45장이 찍혀 있는 전지 상태에서 기계검사를 한다.
이 중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에 대해서는 전문 검사 요원이 肉眼으로 재검사를 실시한다.
이처럼 두 단계에 걸쳐 검사를 하는 이유는 불량 확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계검사에서 지폐 45장짜리 전지가 불량 판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 중 실제 불량이 있는 것만 다시 걸러내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해 지폐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에 시중에서 발견된 불량 지폐 두 장은 기계검사 과정에서는 誤謬가 있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육안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시중에 유통시킨 지폐묶음에서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불량 검사 요원들이 새 5000원권 디자인이 눈에 익지 않아 불량 지폐를 걸러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폐의 생명인 신뢰성 훼손해서야
해외에서도 불량 지폐가 종종 발견된다고 해서 이번 새 5000원권 회수 사태가 正當化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폐는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데다 한은이 국가로부터 독점적 발행 권한을 부여받아 발행하는 것인 만큼 신뢰성이 생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 각국이 위조 지폐 제작 및 유통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위조 지폐가 汎濫할 경우 지폐의 신뢰성을 훼손하고,이는 결국 경제활동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대 국가에서는 지폐에 표시된 금액의 가치를 법으로 보장하는 '法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이 제도에서는 국민의 화폐에 대한 信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 구 소련에서 루블화가 여전히 법화임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사람들은 루블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거래 수단으로 더 선호한 것도 루블화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이었다.
지폐는 한 나라의 경제력을 象徵한다는 측면에서 불량 지폐는 우리나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박승 한은 총재는 새 5000원권이 발행된 직후 TV 광고에 출연해 "이제 우리나라도 국력에 걸맞은 선진 은행권(지폐)을 갖게 됐습니다"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지폐 제조기술 수출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폐의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일부 네티즌과 정치인들은 이번 불량 새 5000원권 사태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려내고,再發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한은과 조폐공사는 '부적격 은행권 재발 방지 대책반'을 구성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기관이 불량 지폐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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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도 불량지폐 종종 발견 ‥ 한은 "너무 과민 반응 억울" ]
불량 지폐 회수 실시 이후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은 즉각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심 "국민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눈치다.
불량 지폐가 시중에 유통된 사례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005년 11월 앞면 볼록인쇄가 누락된 20파운드짜리 지폐 450장이 시중에서 발견돼 당국이 전량 회수한 사례가 있다.
또 불가리아에서는 홀로그램이 附着되지 않은 100유로짜리 지폐가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에 필리핀에서는 최근 글로리아 아로요(Gloria Arroyo) 대통령의 성을 'Arrovo'로 잘못 표기한 지폐가 발견됐다.
필리핀 정부는 이 지폐를 정상 화폐로 인정키로 함에 따라 수집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폐 제작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작과 검사 과정에서 간혹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주요국의 경우 지폐를 찍어낼 때 발생하는 불량률이 10∼15% 정도 되지만 한국은 불량률이 가장 높은 새 5000원권도 8∼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解明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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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읽기
紙幣 (지폐)
脚光 (각광)
回收 (회수)
圖案 (도안)
肉眼 (육안)
誤謬 (오류)
附着 (부착)
解明 (해명)
正當化 (정당화)
汎濫 (범람)
法貨 (법화)
信賴 (신뢰)
象徵 (상징)
再發 (재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