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시기=개화기 서양문물이 들어올 때,특히 근대소설이 형성되던 시기.출신=영어에서 왔지만 일본과 중국,한국 고유의 요소가 뒤섞임.특징=글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말할 때는 거의 안 씀.'
'그녀'에 대한 개요다.
1926년 발표된 양주동의 '신혼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말(그녀)은 실제로는 그 전부터 쓰였을 테니 나이로 치면 100살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시빗거리이자 고민의 대상이 돼온 특이한 단어다.
이 말이 지금도 간간이 공격받는 까닭은 그 출신성분에 있다.
"우리말에는 원래 3인칭 대명사가 없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그'라는 말이 자꾸 쓰여 글말 체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는 본래 '그 이,그 사람,그 녀석'처럼 관형사로만 쓰이던 것이 지금은 영어의 'he'에 해당하는 대명사 행세를 한다.
더 가관인 것은 'she'를 나타내기 위해 '그녀'까지 만들어 쓰고 있는데,이는 출처와 어감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말이다.
우리가 말로 할 때는 절대 '그'나 '그녀'를 쓰지 않는다는 데서도 이들이 억지로 글말에 편입됐음을 알아야 한다.
'그'의 기득권을 무시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남녀 공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그녀'는 쓰지 말자." 2004년 8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조동일 교수의 '그녀' 비판이다.
'그'나 '그녀'는 개화기 때 영어의 'he'와 'she'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는 과정에서 태어난 말이다.
하지만 원조는 일본이다.
우리보다 앞서 19세기 말 일본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는데 이들은 'he'와 'she'를 '彼(가레)/彼女(가노조)'로 만들어 썼다.
이것을 그대로 들여와 옮긴 게 바로 '그/그녀'다.
1917년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에서는 '그'를 여성과 남성에 두루 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초기에는 남녀 구별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6·25전쟁 후 '그녀'라는 말이 글말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자 '현대문학'은 1965년 3월호에서 '그녀'의 타당성에 관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특집을 실었다.
물론 그때 이미 '그녀'는 문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말이 마뜩지 않았던 당시 최현배 선생을 비롯한 일단의 비판론자들은 대안으로 '그미,그네,그니,그매,그히,그냐' 등을 제시하고 써보기도 했지만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는 1세기에 걸친 고민 과정을 거치면서 입말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반면 글말에서는 확고한 세력을 갖췄다.
국립국어원은 이 같은 현실적 쓰임새를 인정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녀'를 3인칭 대명사로 올렸다.
최근엔 '그녀'에 대한 시비가 이런 조어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성 차별이란 관점으로 넘어간 듯하다.
영어에서도 Man이 '남자'면서 '인간 인류'를 나타내듯이 사실은 '그'도 대표성을 가진 단어다.
그런 점에서 '그'를 남녀 통칭으로 쓰자는 움직임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말은 어차피 언중에 의해 자연스레 생성 소멸의 과정을 거치므로 이를 억지로 할 일은 아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
'그녀'에 대한 개요다.
1926년 발표된 양주동의 '신혼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말(그녀)은 실제로는 그 전부터 쓰였을 테니 나이로 치면 100살은 됐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시빗거리이자 고민의 대상이 돼온 특이한 단어다.
이 말이 지금도 간간이 공격받는 까닭은 그 출신성분에 있다.
"우리말에는 원래 3인칭 대명사가 없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그'라는 말이 자꾸 쓰여 글말 체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는 본래 '그 이,그 사람,그 녀석'처럼 관형사로만 쓰이던 것이 지금은 영어의 'he'에 해당하는 대명사 행세를 한다.
더 가관인 것은 'she'를 나타내기 위해 '그녀'까지 만들어 쓰고 있는데,이는 출처와 어감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말이다.
우리가 말로 할 때는 절대 '그'나 '그녀'를 쓰지 않는다는 데서도 이들이 억지로 글말에 편입됐음을 알아야 한다.
'그'의 기득권을 무시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남녀 공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그녀'는 쓰지 말자." 2004년 8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조동일 교수의 '그녀' 비판이다.
'그'나 '그녀'는 개화기 때 영어의 'he'와 'she'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는 과정에서 태어난 말이다.
하지만 원조는 일본이다.
우리보다 앞서 19세기 말 일본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는데 이들은 'he'와 'she'를 '彼(가레)/彼女(가노조)'로 만들어 썼다.
이것을 그대로 들여와 옮긴 게 바로 '그/그녀'다.
1917년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에서는 '그'를 여성과 남성에 두루 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초기에는 남녀 구별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6·25전쟁 후 '그녀'라는 말이 글말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자 '현대문학'은 1965년 3월호에서 '그녀'의 타당성에 관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특집을 실었다.
물론 그때 이미 '그녀'는 문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말이 마뜩지 않았던 당시 최현배 선생을 비롯한 일단의 비판론자들은 대안으로 '그미,그네,그니,그매,그히,그냐' 등을 제시하고 써보기도 했지만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는 1세기에 걸친 고민 과정을 거치면서 입말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반면 글말에서는 확고한 세력을 갖췄다.
국립국어원은 이 같은 현실적 쓰임새를 인정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녀'를 3인칭 대명사로 올렸다.
최근엔 '그녀'에 대한 시비가 이런 조어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성 차별이란 관점으로 넘어간 듯하다.
영어에서도 Man이 '남자'면서 '인간 인류'를 나타내듯이 사실은 '그'도 대표성을 가진 단어다.
그런 점에서 '그'를 남녀 통칭으로 쓰자는 움직임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말은 어차피 언중에 의해 자연스레 생성 소멸의 과정을 거치므로 이를 억지로 할 일은 아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