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키우자.'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먼저 사회 곳곳에 '기업가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경기침체를 겪은 유럽 국가들은 교육을 통해서라도 기업가 정신을 일으켜 세워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유럽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에 주목하는 유럽
유럽연합(EU)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기업가 정신 함양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역내 각급 학교들은 앞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을 중요 교과과정에 포함시켜야 하며 학생들에게 과정 이수를 의무화하거나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복지를 강조하는)유럽식 사회모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경제성장률과 더 많은 혁신적인 중소기업,그리고 기업가가 필요하다"며 기업가 정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로 대변되는 유럽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마지막 결단'으로 보인다.
집행위는 이 방안이 2000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EU가 마련한 경쟁력 확보 방안인 '리스본 아젠다'의 일부라고 밝혔다.
EU는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우선 각종 지원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일선 교사들을 상대로 기업가 정신 교육과 관련된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내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기업(mini-company)활동을 더욱 장려하고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특히 지역기업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해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교육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가 정신 부족의 배경
인터넷 기반인 월드와이드웹,세계 이동통신기술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GSM,개방형 PC 운영체제(OS)인 리눅스,디지털문화를 바꿔놓고 있는 MP3 기술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유럽에서 발원된 하이테크 기술 내지 아이디어란 점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태동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정작 비즈니스로 꽃을 피운 곳은 미국이었다.
왜 그랬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가 정신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돈 버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돈 번 사람'을 존경하는 프로테스탄트적 직업윤리,다른 말로 기업가 정신이 미국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인들은 형평과 정의,분배와 복지를 중시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헌신짝'보듯 했다.
시장원리나 개인적 성공보다는 '사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된 '라인란트 모델'이라 부른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영국과 미국 중심의 '앵글로색슨 모델'에 대별되는 표현이다.
근대 이후 약 200년에 걸쳐 형성된 사회모델이다 보니 이런 가치를 마냥 부정할 수는 없다.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2000년 리스본 아젠다는 활력 넘치는 유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의 '어린 기업가들'
미국 어린이들은 기업가 정신 배우기에 흠뻑 빠져 있다.
미국 카우프만재단과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인 디즈니온라인이 공동으로 만든 '핫샷비즈니스'(www.hotshotbusiness.com)에선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1200만~1300만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만화가게를 가상공간에서 열어 운영하면 대차대조표,현금흐름표,손익계산서 등이 그때 그때 업데이트돼 보여진다.
6분 정도 게임을 하면 1주일 정도의 이익 추정치가 나온다.
'핫샷비즈니스'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칼 슈램은 "기업가 정신은 비즈니스 스쿨에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며 "어릴 적부터 이런 경험과 정신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나라 경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핫샷비즈니스' 외에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기 위한 사이트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비즈월드(www.bizworld.org)는 초등 및 중등학생들이 비즈니스와 기업가 정신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아예 짜준다.
13~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재무관리 교육만 시키는 곳도 있다.
인디펜던트민즈(www.independentmeans.com)는 기본적인 재무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벌어들인 돈을 저축,지출,투자 등을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지식기반 경제 구축 미국 추월 목표 >
'리스본 아젠다'는 2000년 3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의 결과물이다.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미국 경제를 앞지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사회복지로부터 탈피해 유럽식 사회모델을 현대화하고 경쟁력과 고용,사회통합이란 3개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고용과 관련해선 2010년까지 취업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이동성을 위해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중간 성적표는 영 시원치 않다.
좀처럼 유럽과 미국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작년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3%에 불과했던 반면 미국의 성장률은 3.5%에 달했다.
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0%에 불과하다.
유럽이 '리스본 아젠다'라는 그럴듯한 그림보다 '기업가 정신'이란 실질적 경쟁력 확보 방안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수년간 경기침체를 겪은 유럽 국가들은 교육을 통해서라도 기업가 정신을 일으켜 세워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유럽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에 주목하는 유럽
유럽연합(EU)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기업가 정신 함양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역내 각급 학교들은 앞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을 중요 교과과정에 포함시켜야 하며 학생들에게 과정 이수를 의무화하거나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복지를 강조하는)유럽식 사회모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경제성장률과 더 많은 혁신적인 중소기업,그리고 기업가가 필요하다"며 기업가 정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로 대변되는 유럽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마지막 결단'으로 보인다.
집행위는 이 방안이 2000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EU가 마련한 경쟁력 확보 방안인 '리스본 아젠다'의 일부라고 밝혔다.
EU는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우선 각종 지원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일선 교사들을 상대로 기업가 정신 교육과 관련된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내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기업(mini-company)활동을 더욱 장려하고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특히 지역기업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해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는 교육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가 정신 부족의 배경
인터넷 기반인 월드와이드웹,세계 이동통신기술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GSM,개방형 PC 운영체제(OS)인 리눅스,디지털문화를 바꿔놓고 있는 MP3 기술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유럽에서 발원된 하이테크 기술 내지 아이디어란 점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태동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정작 비즈니스로 꽃을 피운 곳은 미국이었다.
왜 그랬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가 정신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돈 버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돈 번 사람'을 존경하는 프로테스탄트적 직업윤리,다른 말로 기업가 정신이 미국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인들은 형평과 정의,분배와 복지를 중시하면서 상대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헌신짝'보듯 했다.
시장원리나 개인적 성공보다는 '사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된 '라인란트 모델'이라 부른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영국과 미국 중심의 '앵글로색슨 모델'에 대별되는 표현이다.
근대 이후 약 200년에 걸쳐 형성된 사회모델이다 보니 이런 가치를 마냥 부정할 수는 없다.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2000년 리스본 아젠다는 활력 넘치는 유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의 '어린 기업가들'
미국 어린이들은 기업가 정신 배우기에 흠뻑 빠져 있다.
미국 카우프만재단과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인 디즈니온라인이 공동으로 만든 '핫샷비즈니스'(www.hotshotbusiness.com)에선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1200만~1300만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만화가게를 가상공간에서 열어 운영하면 대차대조표,현금흐름표,손익계산서 등이 그때 그때 업데이트돼 보여진다.
6분 정도 게임을 하면 1주일 정도의 이익 추정치가 나온다.
'핫샷비즈니스'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칼 슈램은 "기업가 정신은 비즈니스 스쿨에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며 "어릴 적부터 이런 경험과 정신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나라 경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핫샷비즈니스' 외에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기 위한 사이트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비즈월드(www.bizworld.org)는 초등 및 중등학생들이 비즈니스와 기업가 정신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아예 짜준다.
13~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재무관리 교육만 시키는 곳도 있다.
인디펜던트민즈(www.independentmeans.com)는 기본적인 재무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벌어들인 돈을 저축,지출,투자 등을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지식기반 경제 구축 미국 추월 목표 >
'리스본 아젠다'는 2000년 3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의 결과물이다.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미국 경제를 앞지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사회복지로부터 탈피해 유럽식 사회모델을 현대화하고 경쟁력과 고용,사회통합이란 3개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고용과 관련해선 2010년까지 취업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이동성을 위해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중간 성적표는 영 시원치 않다.
좀처럼 유럽과 미국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작년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3%에 불과했던 반면 미국의 성장률은 3.5%에 달했다.
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0%에 불과하다.
유럽이 '리스본 아젠다'라는 그럴듯한 그림보다 '기업가 정신'이란 실질적 경쟁력 확보 방안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