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우리는 총요소생산성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투입된 생산요소 이외의 요인에 의해 성장이 이루어진 것,그것이 전체 생산요소를 함께 고려했을 때 생산성이 늘어난 부분이므로 이를 총요소생산성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생산함수를 다시 떠올려 보자.Q=f(K,L)라는 함수에서 Q의 증가율은 식의 오른쪽 부분의 증가율과 같아야 한다.

그런데 오른쪽의 증가율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생산요소의 증가율과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이를 다시 식으로 표현하면 (Q의 증가율)=(K의 증가율)+(L의 증가율)+(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로 쓸 수 있다.

(물론 이 식은 구체적인 생산함수가 주어졌을 때 미분과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수학적으로 유도할 수 있으나,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각각의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자.우리는 실제 통계자료로부터 생산의 증가율(Q의 증가율),즉 경제성장률을 알고 있고,또한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율(L과 K의 증가율)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Q의 증가율에서 L과 K의 증가율을 빼면 자연스럽게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을 얻을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그 자체로서는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전체 생산이 늘어난 것 가운데 생산요소의 투입 증가로 인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생산의 증가 가운데 각각의 생산요소와 총요소생산성이 차지하는 비중,즉 어떤 요인이 생산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비율을 알 수 있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성장의 요인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금년에 5%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자본 투입 증가율이 2%,노동 투입 증가율이 1%였다면 전체 생산요소의 생산성은 2%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전체 성장 가운데 생산요소의 증가라는 요인이 60%,기술 진보 등의 생산성 증가 요인이 40%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요소와 생산성 요인 간의 비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체로 경제성장 초기에는 생산요소를 확보하여 적절한 시기에,적절한 부문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생산요소가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장이 진행될수록 한계수확체감의 법칙 등의 작용으로(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교과서에서 찾아보자)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성장이 시현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따라서 갈수록 생산성 요인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기간 중 성장요인은 생산성요인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760년에서 1800년 사이에는 총요소생산성 요인이 전체 성장의 70%,1800년에서 1830년 사이에는 82% 선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산업혁명 당시 영국이 공업화 초기에 있었다는 점과 오늘날 선진국의 기준에 비추어 봐서도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오늘날에도 생산성요인이 50% 정도면 선진국형 성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성장률 자체는 물론이고 자본과 노동의 투입에 관한 자료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이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자본의 활용시간이나 노동시간이 길어지고,또한 영양의 향상으로 노동 강도가 높아진 것 등은 생산요소의 항목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모두 총요소생산성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다만 새로운 기계의 발명 등으로 기술적 진보가 산업혁명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 것만은 사실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분석에 따라 수치가 다소 달라지긴 하지만,1970년대 공업화를 왕성하게 추진했던 때에는 생산성요인이 30~35% 수준이었다가 최근 들어 45~50% 선으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형 성장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도 이제는 생산성 향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따라서 기술 진보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을 잘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