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2월14일자 A3면

정부는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올해 기업도시를 제한하지 않고 선정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농지보전부담금 감면과 기업도시 예정지 주변의 기반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건설교통부는 "올 하반기에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기업도시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며 "기업도시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면 숫자에 상관 없이 기업도시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강원 원주 등 6개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를 뽑으면서 올해부터는 해마다 1~2개씩만 기업도시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당초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자체의 선심성 공약으로 땅값이 상승하는 등 국토의 난개발이 초래될 경우 기업도시 총량을 제한할 방침이다. 건교부는 또 기업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농림부 등 관계부처와 농지보전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기업도시 예정지 주변의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 시설에 대한 국가지원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synergy@hankyung.com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

기업도시는 왜 필요한가.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도시 건설을 통해 기업 투자를 끌어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가 여럿 있는 데도 굳이 기업도시를 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도시와 산업단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개발 주체가 누구냐 하는 점이다.

산업단지의 개발권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과는 달리 기업도시의 경우 개별 기업이 개발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산업단지를 비롯 주택 병원 학교 등을 건설하고 협력업체와 관련 산업을 주위로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기업 자유지대'를 만들 수도 있다.

일본 도요타시나 미국의 실리콘밸리,핀란드의 울루 등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예컨대 나고야 인근 도요타시는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가 중심이 된 소도시로,산업 기반이던 양잠업이 쇠퇴하자 1938년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했으며 도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59년에는 아예 이름마저 '고로모'에서 '도요타'로 바꾸었다.

◆기업도시 건설 둘러싸고 논란 가열

하지만 우리처럼 특별법을 제정해 인위적으로 기업도시를 만든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법안은 기업도시를 연구개발 중심의 지식기반형,제조업과 교역 중심의 산업교역형,관광과 문화 중심의 관광레저형,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되는 혁신거점형 등 네 가지로 구분돼 있다.

또한 기업이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신청하면 정부는 각종 인허가를 빨리 내주는 등 최대한 도와주게 돼 있다.

그러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기업도시를 어디에 만드느냐 하는 점이다.

기업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만들려고 하는 반면 정부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에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발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도 쟁점거리다.

허허벌판을 개발해 도시를 만들면 땅값과 건물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개발 이익 가운데 어느 정도를 기업에 줄 것인지도 문제다.

정부는 개발 이익의 70%를 환수해 기업도시가 투기장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개발 이익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 기업도시에 편입된 지역의 땅을 어떻게 사들일 것인지,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 것인지,총사업비 중 기업이 얼마나 많이 부담해야 하는지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도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둘러싸고 기업에 대한 특혜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기업도시 선정 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이 같은 상황에서도 지자체들의 기업도시 유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6개 지자체가 올해 기업도시 개발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원주와 충주(지식기반형)를 비롯 무안(산업교역형),태안,영암 해남,무주(관광레저형) 등 6곳이 지난해 이미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올해 선정할 기업도시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난개발 방지를 위해 총량 제한을 실시키로 했다.

500만평 규모의 기업도시 하나를 건설하면 18조원의 투자와 29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기업도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도시 신청을 받은 결과 관광레저형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투자 여력이 큰 대기업들의 참여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인세 취득·등록세 등의 감면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토지 수용의 어려움과 개발이익 환수 등으로 인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등으로 우회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참여 기업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잘못하면 제대로 된 기업도시는 육성하지 못하고 땅값 상승만 부추길 우려가 높다.

따라서 기업도시는 중앙정부의 잣대로 선정하고 개발할 것이 아니라 참여 기업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가뜩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산업클러스터 등으로 전국에 걸쳐 땅값 급등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난개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기업도시=민간기업이 토지수용권 등을 갖고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자급자족적 복합기능 도시를 의미한다.

기업이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직접 도시를 개발한 뒤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게 된다.

◆혁신도시=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 학교 연구소 등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과 주거 교육 문화 환경을 갖춘 미래형 도시를 말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이를 통해 기업 대학 연구소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지역의 장점과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국가 중추 기능의 하나인 행정부가 들어서는 도시.신행정수도의 후속 대책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의거,충남 연기와 공주지역이 선정됐으며 이곳에는 12개 부처를 비롯 4개 처,2개 청이 들어서게 된다.

오는 2009년 말 시범단지가 입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