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쓰기란 어떻게 쓰는 것인가? 우문(愚問) 같기도 한 이 질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말답게' 쓰는 것이다.

'우리말답다'는 것은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면 된다는 뜻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특별히 훈련받지 않아도 누구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법을 몸에 지니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작년에 84명의 동호회 회원만 갖고 있었으나 올해 들어선 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동호회 가입을 적극 독려해 회원을 대거 배출했다.'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어체,외래어투 표현을 안고 있는 문장이다.

읽다 보면 누구나 어색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주체가 '(회의/행사 따위를) 가졌다'라고 말하는 투는 영어의 'have' 동사를 직역한 결과다.

이 경우 우리말법은 '열었다'쯤인데,영어에 워낙 익숙해져 있다 보니 '가지다'라는 술어를 부지불식간에 많이 쓰게 됐다는 게 국어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어떤 표현법이 영어에서 온 것이든,아니든 그것은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 없는 표현이라면 대개의 경우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일 테고,설령 비슷한 우리말 표현이 있어도 그것이 우리말 체계에서 어색한 게 아니라면 역시 표현의 다양함을 가져다 주는 것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

대개 '어색함'의 기준은 말로 했을 때의 자연스러움 정도다.

이 문장에서는 '84명의 회원'과 '갖고'란 부분이 걸린다.

'이 회사는 84명의 회원만 갖고 있었으나'라는 표현은 '우리말답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회원이 84명에 불과했으나'쯤으로 말하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나의 사과'보다는 '사과 하나'가 우리말투임이 초점이다.

'이 회사는…(몇몇의) 회원만 갖고 있다'라는 표현도 '얼마 안됨'을 강조하는 문구이므로 '이 회사는 회원이 (몇몇에) 불과하다' 식으로 하는 게 자연스럽다.

종종 글쓰기의 방법론을 두고 내용과 형식을 혼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국어전문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누구누구의 글이 좋다'라는 얘기를 한참 듣다보면 결국 콘텐츠를 두고 말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글이란 곧 메시지이므로 기본적으로 글의 성패는 내용물이 얼마나 충실하냐에 좌우된다.

그 다음에 내용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느냐가 바로 형식인데,그것은 문장까지를 말한다.

문장을 넘어서는 것은 텍스트의 단계이며 이때는 내용을 위주로 따지게 된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문장을 만든다는 것이며,이는 '말로 할 때는 어떻게 하더라'를 떠올려 그대로 옮겨 적는 게 요령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