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는 경제사에 있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많은 경제사학자가 달라붙어 산업혁명에 관한 연구를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그 역사적 실체에 대해 비교적 잘 규명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산업혁명에 관한 연구는 그야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문에서 수많은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서 혁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서부터 산업혁명 결과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나아졌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산업혁명에 대한 경제사적 실체는 아직 객관적으로 규명된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할 지경이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기간 중 영국의 경제성장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에 관한 것이다.

산업혁명 기간 중 성장은 일반적으로 획기적인 기술 발전에 의해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국가 간 교역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이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고등학교 세계사에서도 방적기와 방직기가 번갈아 가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이로 인해 면직물의 생산과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와트의 증기기관 또한 중요한 기술 발전으로 그림과 함께 교과서에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경제사학자는 이론적 분석을 통해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기간 중 영국의 경제성장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한 논쟁은 몇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먼저 성장 요인 분석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의 요인을 분석하는 경제이론은 거시경제학에서 이른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다.

용어가 생소하고 어려운 듯 보이지만 그 의미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경제학에서 생산이라 함은 생산에 필요한 요소를 결합해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산에 필요한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을 그 3대 요소로 꼽고 있지만,토지의 경우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경제 분석에 있어서 '변수'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수학적 함수로 표시한 생산함수를 만들 때는 노동과 자본만을 중요한 변수로 다룬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Q=f(K,L)이라고 쓴다.

자본(K)과 노동(L)이라는 생산요소를 투입하면 함수(f)로 표현된 생산과정을 거쳐 생산물(Q)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수학적 함수가 등장했다고 해서 얼어붙지는 말자.여기서는 함수가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인지만 잘 이해하면 된다)

한 경제 내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생산물(Q)이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생산함수를 잘 분석하면 성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알아낼 수 있다.

생산함수를 잘 관찰해 보면 Q가 증가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생산요소인 K와 L의 투입이 늘어나는 경우와 함수 f가 변하는 경우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이 증가하면 당연히 생산물이 늘어난다.

또한 자본과 노동을 결합해서 생산하는 방식이 변하면,다시 말해 생산기술이 발전하거나 제도가 변하는 등 생산요소 투입 이외의 요인에 의해서도 생산물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물의 증가율은 생산요소의 투입이 증가함으로써 늘어난 것과 기술발전 등 생산요소 투입 외의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요소 투입 외의 요인이라 함은 바로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말한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10%씩 증가했는데 생산물은 15% 증가했다면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 5% 늘었다는 말이 된다.

각각의 생산요소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 생산요소를 묶어서 생산성을 말하기 때문에 이때의 생산성을 총요소생산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총요소생산성 분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그것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영국 산업혁명의 예를 가지고 알아보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