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프로는 없애 버려야 해요!"

1년 전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김종윤씨(32세,회사원)의 말이다.

기자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은 설 연휴 첫 날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서였다.

하나 뿐인 팔에 적지 않은 짐을 들고 서 있는 남자가 있어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를 마다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짐을 들 손이 모자라자 결국 그는 내 도움을 허락했다.

버스에 오른 뒤 그의 입이 열렸다.

"동정심으로 장애인을 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장애인도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낍니다. 바보도 아니고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도 아니란 말입니다. 사람들이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거나 가식적인 표정으로 도움을 줄 때면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는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인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소위 말하는 깍두기 대접을 받거나 은근히 무시를 당할 때면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고 했다.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TV 프로가 문제예요. 연예인이 장애인 혹은 소년·소녀 가장을 찾아가 눈물 몇 방울 흘려주고,카메라맨은 누추한 영상을 찍은 다음 전국에 방영하죠.그리고 그걸 본 사람들은 모금을 하고요. 그러한 프로를 보는 시청자들이 모금을 하느냐 여부를 떠나 무의식적으로 장애인을 동정하게 되는 겁니다."

김씨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왜 도움받는 자들로부터 욕을 먹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도움은 국가에서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국에서는 소년·소녀 가장이라는 말이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원치 않는 곳에서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동정의 눈길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우리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을지 생각하니 입안의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정민 생글기자(강원 춘천고 2년) puhaha2000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