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하루 사이 64포인트(10%) 하락한 지난 1월23일(월)은 그야말로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였다.

이날 오전 9시 개장 초부터 심상치 않았던 시장 분위기는 오후 들어 개인들의 투매(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내던지다시피 매도하는 것)에다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매도하는 것)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가 낙폭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 치는 종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날 오후 2시19분.코스닥지수 평균 하락률이 10%를 넘어서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총괄하는 증권선물거래소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모든 주식 거래를 강제로 중단시킨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당시 시장 상황을 전달하면서 1면 제목을 '코스닥,첫 서킷 브레이커 발동'이라고 뽑았다.

◆주식매매 일시중단제도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란 주가가 일정폭 이상 급락할 경우 주식 거래를 일시 정지시켜 시장을 진정시키고 숨을 돌리게 하는 제도다.

원래 서킷브레이커는 모터 등 전기 장치에 전기가 과도하게 흘러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회로를 끊어 화재나 손상을 방지하는 전력 차단기의 일종이다.

흔히 쓰이는 말로 '두꺼비집'이다.

서킷브레이커는 미국 최악의 주가 대폭락 사태로 불리는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주가 급변을 인위적으로 막아 보자는 취지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처음 도입한 제도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89년 10월 뉴욕 증시가 다시 폭락했을 때 이 제도의 효과가 발휘되면서 각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늦은 1998년 12월7일 국내주식 가격제한폭이 상하 15%로 확대되면서 거래소 시장(현 유가증권 시장)에서 먼저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도입됐다.

코스닥 시장은 원래 이 제도를 적용받지 않았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예기치 못한 주가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돼 그 해 10월 도입됐다.

지난 1월23일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서킷 브레이커는 제도 도입 4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소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3회 발동된 적이 있다.

◆언제 발동되나

코스피 지수(옛 종합주가지수)나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 이상 지속되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면 모든 주식 거래가 20분간 강제로 중단된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후 매매를 재개할 때는 직전 가격을 무시하고 10분간 호가(呼價;거래 없이 매수 매도가격만을 받는 것)를 접수해 가격을 새로 정한다.

오전 9시 장 시작 전 동시호가 접수 후 단일가로 거래시키는 시초가 형성 과정과 같다.

장 마감(오후 3시) 전 40분 이내에는,즉 오후 2시20분 이후부터는 주가가 아무리 폭락해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지 않는다.

발동과 해제에 30분이 걸리는 데다 장 마감 동시호가 10분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물 시장에도 서킷 브레이커가 적용된다.

선물 기준가격에 전일 종가보다 5% 이상 변동이 생기면 발동 요건이 된다.

(현물 주식과 달리 선물 가격이 5% 이상 올라도 발동 요건에 해당된다)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면 15분간 선물과 옵션 거래가 중단된다.

◆'사이드카'와는 어떻게 다른가

주식시장 급변을 진정시키는 또 다른 수단이 바로 사이드 카(Side Car)다.

선물 시장이 급등락할 경우 현물 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막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만을 잠시 중단시키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란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에 따라 그 차익을 노리기 위해 자동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기법이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한다.

예컨대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 현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선물을 매수하고,반대로 현물은 매도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온다.

이 경우 현물 주식 시장은 충격을 받게 된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급등락할 경우 현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발동 기준은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6% 이상 등락해 1분 이상 계속될 때다.

사이드카는 발동 후 5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되며,역시 1일 1회 발동으로 제한된다.

사이드카는 서킷브레이커보다 자주 발동되며,2001년부터 지금까지 총 26회나 발동됐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