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월26일자 A2면

저소득층 지원이 주 목적인 연탄 보조금이 실제로는 사우나 찜질방 등 목욕업소 등으로 새나가는 등 정책자금 집행에 구멍이 뚫렸다.

산자부는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자 뒤늦게 연탄 보조금 집행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은 "석유류 가격이 오르자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외곽의 목욕탕 찜질방 사우나와 대도시 인근의 대규모 비닐하우스 농가 등에서도 연료를 연탄으로 바꾸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처럼 연탄 소비가 늘어나면서 연탄 보조금(석탄 보조금 포함) 예산이 지난해 2400억원에서 올해 3200억원으로 증액됐다"고 25일 밝혔다.

대표적 서민 연료인 연탄의 소비자가격은 한 장에 300원 선.그러나 생산원가는 696원 수준이어서 그 차액인 396원을 정부가 보조해 주고 있다.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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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간판 서민용 연료인 연탄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탄 사용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10.2% 늘어난 428만3000t의 연탄이 소비됐지만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생산은 282만2000t으로 오히려 11.6% 감소했다.

수요가 생산을 크게 앞지르고 있지만 정부는 연탄 가격을 지난 1989년 이후 2003년 단 한번 장당 298원에서 320원으로 인상했을 뿐이다. 판매가격을 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판매가를 초과하는 생산원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정부가 엄청난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서 연탄을 계속해서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으로 바람직할까.

◆연탄에는 시장원리 적용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정 연료에서 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석탄보다 석유에 많이 의존하게 됐고 석탄 채굴비용이 높아지고 광부의 임금도 덩달아 상승하자 정부는 지난 1989년 석탄업체 수를 정책적으로 줄이는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한때 350여개에 이르렀던 탄광 수는 7개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북 태백 삼척 등 탄광지역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되자 정부는 1996년 8월 '폐광지역 대체산업육성계획'을 마련했다.

아울러 노사합의로 폐광을 자율신청하는 탄광에 대해선 폐광대책비를 지원하고 석탄 생산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석탄과 연탄의 가격을 통제하는 고시가격을 지정·관리토록 했다.

연탄의 소비자 가격을 장당 300원 선에 묶어두는 대신 제조비와 배달 수송료 등을 포함한 생산원가(696원)에서 소비자가(300원)를 뺀 396원을 제조업자에게 보조해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탄수요가 10만t 증가할 때마다 100억원의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부담이 크지만 연탄은 서민용 연료인 만큼 값싸게 공급해야 하며,탄광산업의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실현하기 위해선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부측 입장이다.

◆연탄 보조금 지원 실효성 논란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연탄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보조금 예산이 제한돼 있고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소비가 급증할 경우 자칫 '연탄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연탄 대란이 일어나면 피해가 영세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연탄 가격을 올리되 영세민에겐 난방비를 직접 보조해 주는 등 서민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뿐만 아니라 동네 연탄 소매점들이 자취를 감추고 도매상 위주로 재편되면서 서민들이 정작 연탄을 사기도 어렵게 돼버렸다.

연탄 유통상들이 수십 장 단위로 연탄을 팔지 않기 때문에 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 등 빈민층은 연탄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가정용 소비분 100만t 가운데 기초 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등 영세가구의 소비량이 30여만t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따라서 보조금의 절반 이상이 불고기집 등 식당과 일반 가정,비닐하우스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경쟁력 상실에다 공해유발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연탄산업분야에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계속해서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한햇동안에만 2400억원의 예산이 연탄(석탄 포함) 보조금으로 지원됐으며 올해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3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일본은 석탄에 오히려 에너지세 부과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해 쓰고 있다.

대표적 연료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일본이 각각 세계 1위 수입국이며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은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경제성이 없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을 완전 생산 중단키로 하고 탄광에서 발생하는 가스인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NG 보급률을 높이고 등유에는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대신 석탄에는 오히려 2003년부터 t당 203엔의 에너지세금(energy tax)을 부과,소비를 줄이고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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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연탄 보조금제도=영세민을 위해 정부가 연탄구매시 지원하는 비용으로,한 장에 696원인 연탄을 구매하면 396원이 지급된다.

소비자가격은 300원으로 묶여 있다.

보조금은 탄광과 연탄회사에 지급되지만 실제 이익은 구매자가 보게 되는 것이다.

◆석탄산업합리화정책=석탄소비가 줄어들고 채굴비용은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지난 1989년 탄광의 숫자를 줄여 석탄 공급을 감축하기 위해 마련한 것.폐광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탄광지역진흥사업,탄가안정대책비 지원,석탄생산감축 지원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세=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전기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대기오염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원별로 함유하고 있는 탄소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일종의 물품세인 탄소세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