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의 실수로 '다음'이라는 기회 상실

2008학년도부터 대입 내신등급제를 실시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신 9등급제의 비율이 0.625%에 불과한 만큼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이라도 기회가 많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고교 내신등급제가 실시된 1년 뒤 일선 고교 현장의 분위기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홍보와는 동떨어져 있다.

학교 공교육의 내실화와 사교육비의 경감,다양한 입시 방법 등을 내건 정책들이 거꾸로 학생과 학부모,심지어 선생님들조차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교육의 증가가 더 심해졌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고교생들은 내신 관리를 위해 주요 과목(국·영·수)과외,내신종합반,논술과외,심지어 수행평가를 잘 받기 위한 예체능 과외까지 학원에서 받고 있다.

안양외고에 다니는 김소라양(17·가명)은 주말 과외와 학원 수강으로 월 100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군포고등학교에 다니는 전재양군(17·가명)은 "학교에서 내신성적 10%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특별반으로 만들어 학교에서 우열반 수업을 하고 있다"며 "내신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고 학습의욕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군포시 소재 고등학교들에서는 실제로 학교별로 우수반,조기졸업반,영재반 등 다양한 이름으로 특별반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학생들은 이것이 명목상 이유일 뿐 내신 9등급제에서 1등급 학생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기 위한 실질적인 우열반 운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들은 2008학년도 대입 입시안이 도입되면 "폭넓고 다양한 학생 선택권이 주어지고 공교육의 내실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홍보와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불만이 많았다.

내신 9등급제로 인해 '다음'이라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한번의 실수로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아예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내신 9등급제 실시의 취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학들이 논술 강화와 심층 면접,대학별 고사라는 또 다른 입시의 무거운 짐만 늘어놔 더욱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고 고교생들은 입을 모았다.

단적인 예로 2008학년도 대입에 대한 불신으로 작년에 비해 올해 특목고 입시 경쟁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학원가에는 특목고 열풍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평촌 C학원의 특목반은 예약학생만 수십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2008학년도 대입 내신 9등급제 실시는 2005년 한 해 동안 학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사교육비 과중으로 학부모의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사교육비 지출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교육인적자원부는 고교생이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해 학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2008대입 첫 수혜자인 고교 1년생이 올해 2학년이 되면서 내신성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대학들이 발표한 논술 입시는 새로운 사교육으로 이중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므로 학생들이 올바르게 창의적 공부를 할수 있도록 제도의 정확성을 바로잡아 주었으면 한다.

지새봄 생글기자(경기 군포 수리고 1년) saebomj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