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미수금'(未收金) 급증이다.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던 지난 1월14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미수금이 연이틀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13일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위탁자 미수금은 전날보다 1503억여원 늘어난 2조7194억여원으로 10일 기록한 사상 최대치 2조7349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미수금은 '외상으로 주식 사는 것'

미수금이란 주식을 사면서 대금을 납입하지 않고 외상으로 산 금액을 나타낸다.

쉽게 말해 '외상 주식매입 대금'이다.

미수금은 우리나라 증시에만 있는 제도로 증권시장의 특유한 결제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또 미수금이란 용어에는 '증거금'과 '반대매매'가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이를 한묶음으로 살펴봐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다.

하나하나 풀어가 보자.우선 주식 매매는 당일 결제가 아니다.

매매 당일을 'D데이'라고 치면 결제는 'D+2일'에 이뤄진다.

예컨대 오늘 주식 매도를 주문하면 오늘 가격으로 매도가 실행되지만 실제 매도대금 결제는 2일 후에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주식 매수를 주문하면 매수대금 또한 이틀 후에 결제된다.

증권사들은 이 때문에 '증거금'이란 제도를 두고 있다.

증거금은 일종의 보증금 성격으로,대금 결제 이전에 담보를 잡아두는 것이다.

가령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대금이 결제되기 때문에 증거금이 필요없다.

하지만 주식거래에서는 물건(주식)을 먼저 건네받고 대금을 나중에 지불하기 때문에 만약 주식을 건네받고 나서 나중에 오리발 내밀면 곤란하게 된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매매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거래 체결의 보증금 성격으로 일정부분 증거금 명목으로 잡아두게 된다.

이를 '위탁매매 증거금'이라고 한다.

증거금은 통상 40%로 설정돼 있다.

거래금액의 40%만 있으면 미수로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주식통장 계좌에 400만원을 넣어두면 최대 1000만원어치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

이때 600만원이 미수금이 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증권사들 간 개인 고객 끌어들이기 경쟁이 붙으면서 '증거금 차등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증거금이 증권사마다,종목마다 차이가 난다.

대략 20%에서부터 많게는 100%까지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처럼 주가 등락폭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 우량주는 증거금률을 낮게 두고,가격 변동폭이 심해 불안전한 중소형주 등에 대해선 증거금률을 높게 두고 있다.

가령 증거금률이 20%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종목을 거래하는 투자자는 소량의 원금으로도 원금 대비 5배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지만,증거금률이 100%인 소형주는 원금 만큼만 주식을 살 수 있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거래하는 개인들의 경우 증거금률을 낮게 둬도 미수 결제 불이행이 적다고 보는 반면,소형주를 자주 거래하는 개인들은 오히려 투기적 성격이 강해 미수 결제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이같이 차등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수거래의 끝은 '깡통계좌'

코스피지수는 1월17일부터 23일까지 1주일 새 무려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당시 신문들은 일제히 급락장의 주범으로 미수금을 지목했다.

실제 활황장이 꺾이면서 급락하는 초기에도 미수금은 폭발적으로 급증해 '버블(거품)'우려를 키운다.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외상으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서 미수금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가가 더 하락해 미수금을 갚지 못한 사태까지 벌어져 낙폭을 더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미수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말했듯이 주식 매매가 이뤄지고 나면 이틀 후 결제해야 한다.

그러나 결제일에 변제하지 못하면 그 다음 날 바로 '반대매매'가 나가도록 돼 있다.

반대매매란 미수금을 갚지 못한 투자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증권사가 인위적으로 매도해 미수금 만큼 빼가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는 통상 하한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급락장에서는 낙폭을 더 키우는 원인이 된다.

결국 미수거래를 과도하게 많이 한 개인들로선 급락장에서 손실폭을 키울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1월 중순 폭락장에서 큰 손실을 본 A씨(55)가 대표적이다.

A씨는 지난달 19일 B종목을 1억원어치 사들이면서 자기 돈 2000만원에 8000만원을 미수로 끌어썼다.

B종목이 19일까지 단기급락한 만큼 20일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확신하고 외상거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주가는 20일과 2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투자원금은 6275만원으로 급감했다.

A씨는 미수금을 결제하지 못했고,증권사는 24일 장 개시 전 시간외거래로 반대매매했다.

주식처분액(6275만원)보다 미수금(8000만원)이 많아 계좌에 있는 다른 주식까지 강제 처분되면서 A씨의 주식계좌는 일명 '깡통계좌'가 됐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선물거래는 매매 다음날 바로 결제 >

선물거래를 할 때도 증거금은 필요하다.

현물 주식거래가 'D+2일' 결제이지만 선물 결제는 매매 다음 날 바로 결제해야 한다.

매매와 결제 간 하루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선물거래에서도 계약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증거금이 필요하다.

보통 선물거래의 경우 증거금률은 15%다.

다시 말해 원금의 7배 정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적은 돈으로 큰 거래를 일으키는 효과)가 현물거래에 비해 훨씬 크다.

만약 당일 선물거래 손실로 필요 증거금률을 밑돌 경우 증권사로부터 부족한 증거금 만큼 채우라는 통지를 받게 된다.

이를 '마진콜'(margin call)이라고 한다.

마진콜을 받게 되면 추가 증거금을 다음 날 낮 12시까지 납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증권사가 임의로 '반대매매'를 통해 아직 남아 있는 선물의 미결제 약정을 청산한다.

반대매매로도 증거금이 채워지지 않으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증권(현물 주식 등)에 대해서도 반대매매가 들어간다.

선물거래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현물거래에 비해 위험도가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