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요즘 주식시장에 딱 어울리는 속담이다.

1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끝없이 오르기만 할 것 같던 주가가 돌연 급전직하(急轉直下)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4거래일(주말을 제외한 실제 거래일)간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 하락폭은 무려 100포인트 이상에 달했다.

코스닥지수 하락폭은 140포인트였다.

최근 두 달여 동안 한 계단씩 쌓아올렸던 상승폭을 불과 나흘 만에 까먹은 셈이다.

주식시장이 이렇다 보니 신문 증권기사도 어두운 단어들로 가득하다.

지난 18일 주가 급락소식을 전달한 19일자 한국경제신문 3면 기사 제목은 '증시,검은 수요일'이었다.

20일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30포인트 이상 추락했을 때는 시황기사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검은 금요일)'란 용어가 등장했다.

급기야 코스닥지수가 하루 만에 60포인트 이상 폭락한 23일에는 한국경제신문뿐 아니라 모든 신문이 '블랙 먼데이'를 1면 머리 기사로 올렸다.

◆'블랙 OO데이'의 유래

사실 주가 폭락을 특정 요일과 결부시켜 '블랙 OO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에서 시황 전문가들 사이에 일반화된 것이다.

'블랙 OO데이' 가운데서도 원조격은 바로 '블랙 먼데이'다.

1987년 10월19일 월요일.뉴욕 증권시장은 개장 초부터 대량의 팔자 주문이 쏟아져 뉴욕의 주가는 그날 하룻동안 508포인트,비율로는 전일 대비 22.6% 하락했다.

이날 전 세계 주요 통신사 및 각 신문들은 모두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는 제목을 뽑고 당시 이성을 잃은 증시 상황을 타전했다.

당시 상황을 좀더 설명하면 이렇다.

이른바 '블랙 먼데이'를 맞기 2개월 전인 1987년 8월25일의 다우존스 지수(우리의 코스피지수에 해당되는 미국 대표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722.42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상승률이 40%에 육박하는 활황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같은 호황 분위기에서 모두가 주식 사재기 열풍에 동참했을 뿐 대폭락의 조짐을 엿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2개월도 지나지 않은 10월19일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의 2246.74에서 하룻동안 무려 22.6%인 508포인트가 떨어진 1738.74로 마감됐다.

이날 주가 하락폭은 퍼센트로 따져도 대공황이 초래됐던 1929년 10월28일과 29일의 12.6%와 11.7%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였다.

앞다퉈 주식을 처분하려는 매도 잔량이 엄청나게 쌓였으며 브로커들은 주식매매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재정 파탄으로 죽음을 택한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주가와 요일의 상관관계

과거 경험으로 보면 주가와 요일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주가와 요일의 상관관계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논문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투자자들은 요일별 주가동향을 추적해 매매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무슨 요일에 주가가 가장 많이 빠질까.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87년의 뉴욕 증시 대폭락 사태인 '블랙 먼데이'명성에 걸맞게 일주일 중 월요일에 주가 폭락이 가장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지수 흐름을 조사한 결과 전날 대비 3% 이상 급락한 날이 모두 85일이며,이 가운데 34.1%인 29일이 월요일이었다.

이어 수요일과 목요일이 각각 18일(21.2%),16일(18.8%)이었으며,금요일이 13일(15.3%)로 뒤를 이었다.

화요일은 9일(10.6%)로 폭락 경험이 가장 적었다.

미국에서도 2000년 이후 하락률이 컸던 2000년 4월17일(-11.63%),9월18일(-8.06%)은 모두 월요일이었다.

2000년 이전에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제외하고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1981년 1월5일(-8.39%) 역시 월요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월요일에 폭락 사례가 많은 이유에 대해 "딱히 근거를 제시하기 힘들며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는 다소 신중을 기하려는 심리가 강한 데다 증시가 휴장하는 주말 이틀간 악재가 터졌을 경우 월요일에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