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다가는 경제분야든 교육분야든 언제 중국에 추월당할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샹하이 황푸 강변 부두에서 한 고등학교 교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래도 지금까지 누리면서 살아왔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걱정되네요.

"다른 교사가 말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이 고교생 경제신문인 생글생글 담당 교사 1백명을 초청해 출장길에 나선 '중국산업 시찰'은 이런 대화들도 시작됐다.

쑤저우의 삼성전자 작업장에서,상하이 양푸고등학교 교정에서,그리고 상하이 외곽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이같은 대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 학생들을 보내달라.우리가 정말 멋지게 교육시켜주겠다"는 양푸고등학교 교장에서부터,"우리집 아이가 이제는 서울에 안 들어갈려고 합니다"라는 삼성전자 직원,그리고 "우리가 중국에 큰소리 치는 것도 이제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생글생글 교사들까지 중국 시찰의 밤은 여행지의 즐거움보다는 걱정과 한숨들로 가득찼다.

지난 15일 서울을 떠난 생글생글 선생님들의 중국 산업 시찰단은 19일까지 4박5일 동안 상하이의 경제특구에 있는 외국기업들의 현지공장,양푸고등학교와 상하이대학 등 중국의 명문 학교,그리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한국기업의 중국현지 공장들을 둘러보는 코스로 이어졌다.

겨울비가 간간이 내리는 푸둥특구를 뚫고 시속 430km의 자기부상열차가 달리고,88층에 이어 108층의 초고층 빌딩이 밀림처럼 솟아나는 현장들은 경악 그 자체였다.

2002년 중국어 연수를 위해 북경을 방문했다가 3년만에 다시 중국을 찾았다는 강원 양평고 최도영 교사는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다"면서 "상하이와 서울의 도시 경쟁,허브 경쟁은 이미 끝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옆자리에 있던 서울 환일고 최상호 교사는 "90년대 후반 중국이 내놓은 푸둥경제특구의 청사진이 그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이런 판국에 우리는 지금 수도 서울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교사는 "우리가 잘난척 하고 있지만 중국이 공산주의와 문화혁명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잠시동안 큰 소리 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을 이었다.

대구고 손권목,분당 풍생고 김수동 교사도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 현장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학생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 말고 자립형 사립고를 대폭 확대하는 등 교육제도부터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글 선생님들은 특히 상하이 명문고교인 양푸고의 높은 과학 실험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는 모습이었다.

양푸고는 생명과학 생물 동물박제 등 생물 관련 실험실만 4개를 운영하는 등 시설수준이 웬만한 한국 대학에 맞먹을 정도였다.

공주여고 조병옥 교사는 "한국의 고등학교들은 보통 생물 화학실 정도의 실험실을 갖고 있는데 양포고등학교를 보니 정말 놀랍다"면서 "기초과학분야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양푸고등학교는 별도의 학제로 지난해부터 국제부를 운영하는 등 중국으로 몰려드는 고등학교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이 학교는 생글생글 시찰단을 위해 교장이 직접 나와 학교 정책을 설명하고 미리 제작한 홍보 영상물을 틀어주기도 했다.

만만디의 중국은 이미 옛말이었다.

교사들은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 공장을 둘러 보고 중국 직원들과 한국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달라는 등의 질문을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 쑤저우 공장의 최원우 인사팀장은 "삼성 반도체 공정을 더이상 비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측 직원들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고교 교사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의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지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생글생글 교사들의 걱정은 상하이 공단지대를 둘러보면서 더욱 깊어갔고 목소리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하이 쑤저우(중국)=박주병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