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세계 정보기술(IT)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IT업체와 벤처 투자자들이 앞서거나 뒤서거니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향후 4년간 인도에 17억달러를 투자하고 현지 연구 인력 30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두 달 사이 시스코(11억달러),인텔(10억5000만달러),셈인디아(30억달러)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맞물리면서 세계 IT 기업들의 인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최근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도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시장일 뿐 아니라 우수하고 저렴한 기술 인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며 "인도는 IT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두 국가"라고 강조했다.

MS는 이번 투자 계획에 따라 현재 4000명인 인도 직원을 7000명으로 늘리는 한편 인도 내 33개 도시에 지사를 설립하고 연구개발(R&D) 센터로 육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는 지난 10월 향후 3년간 인도에 11억달러를 투자하고 현지 직원을 3배 늘리는 내용의 인도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은 지난 5일 "인도의 벤처 투자와 R&D센터 확장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인도 정부와 현지 반도체 공장 설립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인도 업체들의 컨소시엄인 셈인디아도 인도에 30억달러를 투자해 AMD 기술을 이용한 CPU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리눅스 전문업체 레드햇도 인도 합작사의 매출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함에 따라 지분을 100% 인수하고 현지 직원을 300명 늘리는 등 인도 투자에 추가로 동참했다.

이처럼 외국 IT업체들이 인도로 줄지어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값싸고 우수한 기술 인력 외에도 막 잠에서 깬 거대 시장 인도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인도 경제가 연 평균 7%의 고성장을 달성하면서 인텔캐피털,노웨스트벤처파트너스(NVP) 같은 미국계 벤처 캐피털도 중국 위주의 해외 투자 전략에서 탈피해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NVP는 인도계 소프트웨어 업체 퍼시스턴트 시스템스에 138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가능성 있는 인도 벤처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인텔캐피털도 무선 및 인터넷 분야 벤처 기업을 타깃으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벤처캐피털이 인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직 상승하는 인도 증시의 활황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낙관적인 경기 전망에 힘입어 올초보다 34%나 상승했다.

반면 중국 증시는 올 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외국계 벤처캐피털의 인도 창업 시장에 대한 투자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의 기술 투자 규모는 향후 4년간 평균 20.8%씩 성장해 총 4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기술 투자의 평균 성장치인 4.5%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인도 대륙은 해외 IT 기업에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열악한 사회 인프라와 사무 공간의 부족은 인도 IT 산업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도의 IT 허브인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첸나이,뭄바이 등은 몰려드는 외국 기업들을 수용하기에 사무 공간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인도의 대표적인 콜센터 밀집 지역인 '구르가온'이나 뭄바이 근처의 IT 연구단지 '푸네스'와 같은 사무 인프라는 현재의 5배 이상은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한 관계자는 "인도는 지금 당장 뉴욕 맨해튼과 맞먹는 거대 사무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향후 5년간 해외 IT 서비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