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기본적인 원리 가운데 '수확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다소 어려운 한자말이기 때문에 듣기에도 좀 부담스럽지만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1000평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땅에서 한 사람이 농사를 짓다가 한 사람이 더 들어와서 같이 농사를 짓게 되면 수확이 증가할 것이다. 아무래도 혼자 넓은 땅에서 농사일을 하는 것 보다 둘이서 같이 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사람이 더 들어와서 농사일을 거들게 됨으로써 추가로 생산하게 된 수확물을 한계생산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크기의 땅에서 농사일을 거들 사람만 자꾸 늘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이 하다가 세 사람,네 사람,스무 사람이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분명 생산은 늘어나겠지만 늘어나는 크기는 달라질 것이다. 즉 두 번째 사람이 들어와서 추가로 생산하게 된 것과 스무 번째 사람이 들어와서 추가로 생산하게 된 것의 크기는 후자가 분명 작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수확물의 크기는 늘어나겠지만 늘어나는 폭은 점차 작아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수확체감의 법칙이다. 체감(遞減)이란 등수에 따라서 차례로 덜어낸다는 뜻이다.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면 생산은 증가하지만 그 증가폭은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수확체감이라고 해서 생산 그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늘긴 늘되 늘어나는 폭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 같은 수확체감의 법칙은 대체로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넘어 오면서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경제학 원리가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확체증'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면 늘릴수록 생산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비용의 측면에서 설명해보면 수확체감의 경우 평균비용이 점차 증가하는 형태가 되고 수확체증의 경우는 평균비용이 점차 감소하는 형태가 된다.

즉 한 사람이 100만원의 월급을 받고 100을 생산하다가 두 사람이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190을 생산하게 되면 물건 하나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1만원에서 약 1만526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같은 논리로 수확체증의 경우는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려 생산이 증가할수록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수확체증의 원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이 이른바 지식기반형 산업이다. 지식기반형 산업은 특정의 상품을 개발하는데 고급의 인적자원과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막상 개발이 되면 생산에는 그다지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다.

이러한 상품의 예로 가장 흔하게 드는 것이 MS윈도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하지만 일단 개발이 되면 이를 생산하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의 규모를 늘리면 늘릴수록 평균비용은 감소하게 된다. 오늘날 21세기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른바 정보기술(IT)산업뿐 아니라,생명공학(BT),나노기술(NT) 등은 모두 이러한 수확체증의 원리가 적용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수확체증의 원리가 적용되는 산업의 경우 처음에 어떤 기업이 약간이라도 우월성을 가지게 되면 그 후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는 이른바 '승자독식'(winner-takes-all)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단 한 기업이 생산에 들어가게 되면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낮아지므로 다른 기업은 진입해서 경쟁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1세기의 주력산업이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의료산업의 관점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확체증의 논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급하다고 다리도 없는 강을 건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