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옛말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했어.여러분도 한가지를 정해 집중하면 반드시 이끼(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생글이가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의 횡설수설은 언제나 약이 되지.받아 적자."
두 사람의 말은 각각 본래의 의미를 살려 써본 것인데,일반적인 말의 쓰임새로 봐서는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대개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를 '부지런히 움직여 이끼가 끼지 않도록(정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횡설수설'은 '조리 없이 말을 되는 대로 지껄이다'란 뜻이므로 생글이의 말은 당연히 어색하다.
이렇게 된 까닭은 이들 두 표현이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쓰이는,즉 변질된 의미로 정착한 말이기 때문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란 말은 서양속담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가 원전이다.
초점은 '이끼(moss)'인데,서양에서 '이끼가 끼다'란 말은 '돈을 번다'거나 '바람직한 것을 얻는다'란 뜻이다(유만근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속담에선 'gathers no moss'므로 이는 결국 '직업을 자주 바꾸면 부자가 못 된다' 또는 '성공하지 못 한다'란 뜻을 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어느 한곳에 정착해서,또는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이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이끼가 끼지 않도록 계속 움직여야 된다'는 풀이가 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부지런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도 마찬가지다.
1964년에 나온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에도 이 속담이 소개돼 있는데 해석은 같다.
이 같은 차이는 서양에서는 '이끼'를 '성과'로 받아들이는 데 비해 우리는 '정체'로 봤다는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동일한 대상(object)을 두고 이처럼 '긍정적'과 '부정적'으로 해석이 갈리는 것은 두 문화의 배경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횡설수설'도 본래의 뜻과 정반대로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다.
지금은 '조리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이란 뜻이지만 원래는 '가로로나 세로로나 다 꿰뚫어 알고 있음(橫說竪說)'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부처님도 설법할 때 횡설수설하셨고 소동파는 중국에서,정몽주는 고려에서 횡설수설을 가장 잘했던 사람이라고 한다(김언종,한자의 뿌리2,문학동네,2001).워낙 박학다식하며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이말저말 함부로 말한다는 의미로 전이된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어쨌든 '구르는 돌…'이나 '횡설수설'이나 지금은 모두 본래 의미와 전혀 다른 쓰임새를 갖췄다.
말이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반대의 모습으로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
"옛말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했어.여러분도 한가지를 정해 집중하면 반드시 이끼(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생글이가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의 횡설수설은 언제나 약이 되지.받아 적자."
두 사람의 말은 각각 본래의 의미를 살려 써본 것인데,일반적인 말의 쓰임새로 봐서는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대개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를 '부지런히 움직여 이끼가 끼지 않도록(정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횡설수설'은 '조리 없이 말을 되는 대로 지껄이다'란 뜻이므로 생글이의 말은 당연히 어색하다.
이렇게 된 까닭은 이들 두 표현이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쓰이는,즉 변질된 의미로 정착한 말이기 때문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란 말은 서양속담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가 원전이다.
초점은 '이끼(moss)'인데,서양에서 '이끼가 끼다'란 말은 '돈을 번다'거나 '바람직한 것을 얻는다'란 뜻이다(유만근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속담에선 'gathers no moss'므로 이는 결국 '직업을 자주 바꾸면 부자가 못 된다' 또는 '성공하지 못 한다'란 뜻을 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어느 한곳에 정착해서,또는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이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이끼가 끼지 않도록 계속 움직여야 된다'는 풀이가 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부지런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서도 마찬가지다.
1964년에 나온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에도 이 속담이 소개돼 있는데 해석은 같다.
이 같은 차이는 서양에서는 '이끼'를 '성과'로 받아들이는 데 비해 우리는 '정체'로 봤다는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동일한 대상(object)을 두고 이처럼 '긍정적'과 '부정적'으로 해석이 갈리는 것은 두 문화의 배경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횡설수설'도 본래의 뜻과 정반대로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다.
지금은 '조리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이란 뜻이지만 원래는 '가로로나 세로로나 다 꿰뚫어 알고 있음(橫說竪說)'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부처님도 설법할 때 횡설수설하셨고 소동파는 중국에서,정몽주는 고려에서 횡설수설을 가장 잘했던 사람이라고 한다(김언종,한자의 뿌리2,문학동네,2001).워낙 박학다식하며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이말저말 함부로 말한다는 의미로 전이된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어쨌든 '구르는 돌…'이나 '횡설수설'이나 지금은 모두 본래 의미와 전혀 다른 쓰임새를 갖췄다.
말이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반대의 모습으로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