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의 이론에서는 나라별로 물건 값이 다르면 교역을 통해 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물건 값이 다르다는 것은 나라마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상대적으로 더 비싼 물건을 수출하고 더 싼 물건을 수입하면 전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수출입이 없는 경우보다 많아지고,따라서 같은 양의 물건을 생산해도 더 높은 소비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무역으로부터의 이득(gains from trade)이다.

그렇다면 나라에 따라 같은 물건의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헥셔와 오린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나라마다 생산에 필요한 생산 요소의 많고 적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학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노동과 자본을 꼽는다.

그런데 교역 당사국인 두 나라 가운데 노동력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나라는 노동 비용이 싸기 때문에 노동을 보다 많이 사용해서 생산되는 물건(예를 들면 섬유)의 가격이 교역 상대국에 비해 쌀 것이다.

반대로 자본이 풍부한 나라는 자본 비용이 싸기 때문에 자본을 많이 사용해서 생산하는 물건(예를 들면 자동차)의 가격이 상대국에 비해 싸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는 노동집약적인 재화의 생산에,자본이 풍부한 나라는 자본집약적인 재화의 생산에 각각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이것이 국제무역이론의 기초인 헥셔-오린의 정리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나라에서 두 재화의 상대가격이 달라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교역을 하게 되면 당연히 두 나라에서의 상대가격은 같아지게 되고(자유롭게 교역을 한다는 것은 마치 하나의 시장이 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이때의 상대가격은 두 나라의 상대가격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게 된다.

물건 자체의 가격뿐만 아니라 생산에 필요한 생산 요소의 가격도 같아진다.

노동력이 풍부한,그래서 노동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나라에서는 노동집약적 상품의 생산에 특화하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수요가 자본에 대한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되고 따라서 노동의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똑같은 논리로 자본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나라에서는 자본의 가격이 점차 높아지게 된다.

결국 교역이 이루어지게 되면 생산요소들의 가격도 같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요소가격 균등화다.

그러나 레온티에프는 1947년 미국의 수출재와 수입재에 있어서 자본-노동의 비율을 실증적으로 검토했는데 반대의 결론을 얻었다.

즉 수출재의 생산에 필요한 자본의 크기는 노동자 한명당 1만3991달러인 반면 수입재와 똑같은 물건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크기는 노동자 1인당 1만8184달러였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수출하는 재화보다 수입하는 재화가 더 자본집약적이었다는 말이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자본이 풍부한 나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수출재가 더 자본집약적이어야 하는데,결과적으로 헥셔-오린의 정리에 반대가 되는 결과인 셈이다.

이를 레온티에프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연구했다.

그 중에는 인적자본의 개념을 이용,미국의 노동에는 이미 많은 자본이 투자되어 있고,따라서 이러한 인적자본을 투입된 자본에 포함시킬 경우 레온티에프의 역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각국의 생산 요소가 질적으로 같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생산 요소에 천연자원까지를 포함시킨다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원집약적인 재화를 수입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데 석유가 자본집약적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나라마다 사람들의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수요곡선 자체가 달라서 그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까지도 명백한 결론은 없지만 역설 하나가 수많은 실증연구를 자극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