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에는 실업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실업률을 0%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최저 임금을 들기도 하고,노동조합의 존재를 들기도 한다.

이들 설명은 모두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균형임금보다 실제 임금이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노동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실업이라는 것이다.

최저 임금은 시장 균형임금이 너무 낮게 형성되기 때문에 균형임금보다 높은 선에서 최저 임금을 법으로 정해 두는 것을 말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항상 회사와의 협상을 통해,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파업과 같은 쟁의 수단을 통해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이 제공하려는 임금보다 높게 받으려고 한다.

실업의 존재를 설명하려는 또 다른 이론으로 효율성임금론(theory of efficiency wage)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들이 '알아서' 시장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따라서 시장에는 항상 노동의 초과 공급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실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뉴스 등에서 접하는 노사 협상,협상의 결렬,파업과 같은 말들을 생각해 보면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이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으로는 건강문제가 꼽힌다.

즉 잘 먹는 사람이 더 건강할 것이고,건강한 사람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사실 선진국에는 잘 적용되기 어렵고,개발도상국에서는 어느 정도 설명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시장균형임금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반면 개도국에서는 임금을 삭감하면 근로자의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설명은 임금과 이직률 사이의 반비례 관계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이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업무에 익숙한 사람이 퇴사하면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 다시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 고용된 사람은 기존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고,따라서 이 또한 기업에는 비용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근로자가 이직할 경우의 기회비용을 높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설명으로는 임금이 높으면 근로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감시하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이것이 이른바 비대칭 정보의 문제다.

그런데 임금을 시장균형임금보다 훨씬 더 높게 준다면 뺀들거림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셔킹(shirking)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뺀들거리다가 걸려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경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대칭 정보와 관련한 또 하나의 설명은 사람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 더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용시장에서도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지원자의 특성에 관한 비대칭 정보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우수한 인재가 많이 지원할 것이고,이들 가운데 사람을 뽑으면 그만큼 우수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논리는 거꾸로 임금을 낮추면 우수한 인력부터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 주기도 한다.

즉 다른 곳으로 가면 얼마든지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회사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높은 임금은 고용된 사람들의 질적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결코 이론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기업들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효율성임금론으로 설명되는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