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MBC 'PD수첩'이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매매의혹을 보도한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PD수첩 방영 이후 네티즌과 많은 시청자들은 "MBC의 보도가 國益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였다"며 제작진을 거세게 성토하고 나섰다.

일부 기업들이 PD수첩에 광고를 취소하는 일도 일어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황 교수의 연구업적에 대해 讚揚일색이던 대부분의 언론과 달리 소신보도를 한 PD수첩의 용기를 격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실과 국익보도 그리고 언론,나아가 우리사회 전체의 바람직한 대처 방안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익인가,진실보도인가

PD수첩은 "황우석 교수가 매매된 난자를 이용해 줄기細胞 연구를 했으며 그 사실을 알면서도 1년여간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은 결국 이틀 뒤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부분의 사실을 시인하면서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인터넷 다음카페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을 비롯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방송 직후 MBC의 보도가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였다며 MBC사옥 앞에서 최문순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촛불 示威를 벌였다.

사태가 확대되자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遺憾 논평을 내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MBC 보도가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MBC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확산시켰다.

MBC PD수첩은 이에 대해 29일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생명과학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자성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국 생명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최승호 책임PD는 이날 방송을 마치면서 "지난 방송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취재진이 威脅과 脅迫을 했으며 제보자가 처음부터 잘못된 제보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제대로 설명하려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내용을 취재했는지 말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취재한 모든 내용을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 최대 의학계 뉴스는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황 교수의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냈고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피너'를 탄생시킨 황 교수팀의 연구업적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만든 논란 속에서도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過'는 줄이고 '功'은 되도록 살리는 것이다.

윤리문제처럼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는 철저히 보완해 나가면서 우리나라가 줄곧 선도해 왔던 줄기세포 연구는 앞으로도 '세계 1위'를 유지시켜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학과 윤리,특히 생명공학과 윤리의 갈등은 어떻게 보면 宿命적이다.

투명한 윤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몽땅 황 교수의 뒷다리를 잡거나 국익을 손상시키는 훼방꾼으로 간주해서는 갈등을 풀어나갈 수 없다.

황 교수는 난자를 寄贈한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1년반 동안 '네이처' 등 언론에 사실을 숨겼다.

생명과 직결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짓말을 한 것은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황 교수는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고 기꺼이 白衣從軍하는 길을 택했다.

국내에서 생명윤리법이 시행된 것은 올 1월부터이기 때문에 황 교수는 난자 기증이 이뤄질 당시 책임은 없다고 발뺌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대가를 치렀다.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난치·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이다.

본질은 황 교수팀이 이룩한 놀라운 業積이다.

황 교수팀의 연구 내용에 근본적인 문제가 없다면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열풍으로 또 다른 신화를 만드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회피하려 해서도 안 된다.

김재창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