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영웅'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 과학자로 전 세계 주요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일제히 장식할 정도로 주목받은 사람은 황 교수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에게 다소 가혹할 정도로 과학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런 명성 덕분(?)일 것이다.
황 교수팀의 '난자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현대 과학 연구에 있어서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학 연구의 한계는 어디이며 윤리는 어느 선까지 통제해야 하나.생글생글 10호(2005년8월16일자)에서 다뤘던 '과학과 윤리의 충돌'문제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난자 의혹'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관련기관의 조사 결과 발표와 황 교수의 공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생명과학 윤리 문제와 관련돼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남기고 있는 이번 논란의 배경과 진행과정을 짚어보자.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지난달 11일(미국 시간)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돌연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황 교수가 지난해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논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윤리 문제를 범했다는 것이 결별의 이유였다.
생명과학자에게 윤리 문제는 때로 연구자로서의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온다.
배아줄기세포로 세계 과학계를 선도해 온 우리나라의 위상도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난자 획득 과정과 과학자 투명성 논란
논란의 핵심은 법이 아닌 윤리 문제였다.
우선 황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난자의 기증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황 교수팀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그 초점이 됐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은 국제적인 윤리 규범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적으로 의사나 생명과학자들 사이에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임상시험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윤리 규범이 통용되고 있다.
1964년 마련된 '헬싱키 선언'이 대표적이다.
연구팀 내 연구원의 난자 제공은 강압에 의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금기시돼 왔다.
이것을 황 교수팀이 어겼다는 것이다.
난자 제공자에게 '보상' 혹은 '매매' 차원에서 돈이 지급됐는지도 논쟁거리가 됐다.
다음으로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황 교수가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황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지 논문에서 '모든 난자는 대가를 받지 않은 기증자로부터 얻었다'는 문서를 첨부했다.
그동안 제기돼 온 이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줄곧 부인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결과적으로 과학자로서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실체도 없는 윤리 문제를 유독 과학자에게만 가혹하게 적용한다"는 의견과 "과학자에게는 투명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황 교수의 백의종군
논란의 와중에 황 교수팀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난자 기증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돈을 줬다고 시인했다.
같은 날 MBC 'PD수첩'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그러나 24일 서울대 수의과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는 황 교수팀에 "법적·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황 교수도 기자회견을 열어 난자 보상금 제공과 팀내 연구원의 난자 기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황 교수는 하지만 2004년 논문 발표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됐고 난자 제공자의 요청으로 이를 부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가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을 포함한 모든 겸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이번 사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윤리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
[ 헬싱키 선언이란 ]
연구원 등 임상시험 대상 삼으면 안돼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윤리 논란과 관련해 그 잣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헬싱키 선언'이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학협회가 1964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마련한 의학 연구의 윤리 원칙을 말한다.
국제 규약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윤리 선언문이다.
특히 인체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관여하는 의사 및 연구자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윤리 원칙을 제시해 놓고 있다.
헬싱키 선언은 의학 연구의 과정과 방법,그리고 대상 등에 대한 보편적 윤리 규범을 말하고 있다.
황 교수팀에 문제가 된 부분은 '(의학연구에서 실험대상이) 스스로 동의서를 승인 또는 거부할 능력이 없거나 강제된 상황에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고용 관계나 상하 직급관계 등 특수한 관계의 사람을 임상시험 등에 참여시킬 경우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은 직접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난자 등 연구용 조직을 제공하지 않는 게 원칙으로 통용돼 왔다.
이번 난자 논란에서는 황 교수팀 소속의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됐다.
하지만 헬싱키 선언은 연구원의 실험용 난자 제공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어서 관련 조항의 해석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로 전 세계 주요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일제히 장식할 정도로 주목받은 사람은 황 교수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에게 다소 가혹할 정도로 과학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런 명성 덕분(?)일 것이다.
황 교수팀의 '난자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현대 과학 연구에 있어서 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학 연구의 한계는 어디이며 윤리는 어느 선까지 통제해야 하나.생글생글 10호(2005년8월16일자)에서 다뤘던 '과학과 윤리의 충돌'문제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난자 의혹'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관련기관의 조사 결과 발표와 황 교수의 공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생명과학 윤리 문제와 관련돼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남기고 있는 이번 논란의 배경과 진행과정을 짚어보자.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
지난달 11일(미국 시간)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돌연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황 교수가 지난해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논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윤리 문제를 범했다는 것이 결별의 이유였다.
생명과학자에게 윤리 문제는 때로 연구자로서의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온다.
배아줄기세포로 세계 과학계를 선도해 온 우리나라의 위상도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난자 획득 과정과 과학자 투명성 논란
논란의 핵심은 법이 아닌 윤리 문제였다.
우선 황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난자의 기증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황 교수팀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그 초점이 됐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은 국제적인 윤리 규범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적으로 의사나 생명과학자들 사이에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임상시험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윤리 규범이 통용되고 있다.
1964년 마련된 '헬싱키 선언'이 대표적이다.
연구팀 내 연구원의 난자 제공은 강압에 의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금기시돼 왔다.
이것을 황 교수팀이 어겼다는 것이다.
난자 제공자에게 '보상' 혹은 '매매' 차원에서 돈이 지급됐는지도 논쟁거리가 됐다.
다음으로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황 교수가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황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지 논문에서 '모든 난자는 대가를 받지 않은 기증자로부터 얻었다'는 문서를 첨부했다.
그동안 제기돼 온 이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줄곧 부인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결과적으로 과학자로서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실체도 없는 윤리 문제를 유독 과학자에게만 가혹하게 적용한다"는 의견과 "과학자에게는 투명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황 교수의 백의종군
논란의 와중에 황 교수팀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난자 기증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돈을 줬다고 시인했다.
같은 날 MBC 'PD수첩'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그러나 24일 서울대 수의과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는 황 교수팀에 "법적·윤리적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황 교수도 기자회견을 열어 난자 보상금 제공과 팀내 연구원의 난자 기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황 교수는 하지만 2004년 논문 발표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됐고 난자 제공자의 요청으로 이를 부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가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을 포함한 모든 겸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이번 사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윤리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
[ 헬싱키 선언이란 ]
연구원 등 임상시험 대상 삼으면 안돼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윤리 논란과 관련해 그 잣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헬싱키 선언'이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학협회가 1964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마련한 의학 연구의 윤리 원칙을 말한다.
국제 규약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윤리 선언문이다.
특히 인체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관여하는 의사 및 연구자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윤리 원칙을 제시해 놓고 있다.
헬싱키 선언은 의학 연구의 과정과 방법,그리고 대상 등에 대한 보편적 윤리 규범을 말하고 있다.
황 교수팀에 문제가 된 부분은 '(의학연구에서 실험대상이) 스스로 동의서를 승인 또는 거부할 능력이 없거나 강제된 상황에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는 고용 관계나 상하 직급관계 등 특수한 관계의 사람을 임상시험 등에 참여시킬 경우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은 직접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난자 등 연구용 조직을 제공하지 않는 게 원칙으로 통용돼 왔다.
이번 난자 논란에서는 황 교수팀 소속의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됐다.
하지만 헬싱키 선언은 연구원의 실험용 난자 제공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어서 관련 조항의 해석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