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호령했던 세계 유수의 거대 기업들이 쇠퇴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통신 에너지 유통 등의 발전을 주도했던 거대 기업 중 상당수가 급속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과 200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제록스,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엔론과 월드콤,2002년 파산한 K마트,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명성이 퇴색하고 있는 필립스와 소니가 대표적인 예.포드와 소니의 경우 시가총액(발행 주식X주가)이 2000년 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의 수명도 단축되고 있다.

좀 지난 예이긴 하지만 1970년 선정된 '포천'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1983년 명단에선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정도 될까.

지나고 보면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정점에 올라 있는 기업들은 이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기업뿐 아니다.

우리가 공부하고 인생을 살면서도 이 '상식'은 꼭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지난 6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CEO 인포메이션'에서는 이 같은 거대 기업의 쇠퇴가 '일시적 후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생산성이나 품질 기술 등에서 구조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일시적인 처방으로는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 △쇠퇴의 징후가 나타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일시적으로 회복되지만 △위기가 다시 도래하는 식으로 어려움이 더 커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쇠퇴의 징후로는 사내에 만연한 관료주의,기술 투자 소홀,모험정신 약화,방만한 사업 다각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중 모험 정신,다른 말로 벤처 정신의 약화는 정보기술(IT) 기업에 치명적이다.

구글의 도전에 직면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MS 안에서 이 같은 모험 정신이 실종됐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구조조정은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다운사이징,합병과 분할 매각,아웃소싱,생산공장 해외 이전 등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경영 수치상의 변화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쇠퇴 요인으로는 내부적으로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는 등 기술적으로 낙후되고 생산성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하게 훼손된다.

노조의 과다한 경영 참여와 역시 과다한 복지비용 지출이 문제를 증폭시킨다.

또 최대 히트작이나 사업이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믿게 되는 것도 혁신을 가로막는다.

소니의 워크맨,모토로라의 스타택 휴대폰,GM과 포드의 고급 대형 세단 등이 그 예.이들의 1위 자리를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포드,삼성 휴대폰 애니콜,도요타의 렉서스 등이 위협하고 나섰다.

여러분들이 이런 위기에 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어떤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도 미래의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이와 관련,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거대 기업들이 히트작을 재창조하는 방법론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먼저 '디자인 팀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경쟁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눈과 혁신을 몰고올 상상력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현업의 직원들 속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자 설문 결과를 100% 믿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얘기할 수 없는 것,얘기하기 싫어하는 것도 잡아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실패가 필요하다면 더 빨리,더 많이 하라고 장려한다.

실패가 두려워서 신제품을 완벽하게 준비하다가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신제품조차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어 △고객들이 정말 즐기려 하는 '경험'을 다각도로 설계하라(소문이나 점포 제품 포장 매뉴얼 서비스센터 등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100% 활용하라) △스타 디자이너들이 기술과 시장 유통체계,고객 심리 등을 함께 이해하고 디자인하도록 맡기라는 주문을 했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