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경기 또한 과부족(過不足) 모두 좋지 못하다.

경기가 과열되면 물가가 불안해지고,침체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거시경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실업이 모두 경기 탓이다.

그래서 정책담당자들은 경기변동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과거 경기변동에 관한 경제학적 논의는 주로 경기변동의 주기와 원인에 대한 것이었다.

주창자의 이름을 붙인 장기파동과 단기파동에 관한 이론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변동은 하나의 거시경제적 현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경제 내의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상호 작용해 경제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논의는 총 수요곡선과 총 공급곡선이 어떤 요인에 의해 변동하고,그 결과로서 경기변동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관한 논의라 할 수 있다.

경기변동이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변동에 대한 대책은 크게 보아 경기순응적 정책과 반경기적 정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기순응적 정책은 경기변동이 경제변수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변동이 발생하면 이를 따라가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경기가 스스로 반전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반경기적 정책은 경기가 과열되면 긴축을 통해 식히고,경기가 침체되면 확장으로 부양을 꾀하는 것이다.

어느 정책이 옳다고 이분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대체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반경기적 정책을 쓴다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경제학에는 경기변동을 자동적으로 줄여주는 장치가 있다.

즉 어떤 경제제도를 마련해 두면 경기변동에 따라 경기가 자동적으로 조절되게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식혀주고 침체에 빠지면 건져주는 이른바 자동안정장치(built-in stabilizer)가 그것이다.

자동안전장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누진적 개인소득세다.

개인소득세는 소득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며,소득을 내고 난 뒤의 소득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들은 이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소비활동을 하며 이에 따른 지출이 생산과 결국에는 경기변동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하자.이는 곧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고,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개인소득세도 누진적으로 더 많이 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소비지출은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적게 증가하게 되고 경기과열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낮아지면 세금이 누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은 세전 소득이 낮아지는 것보다 작은 폭으로 줄고 따라서 소비지출이 급격하게 냉각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 밖에도 실업수당과 같은 제도 역시 자동안정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경기가 침체돼 실업이 늘어나면 실업수당을 지급함으로써 가처분소득이 어느 정도로 유지되고 소비지출 감소폭이 실업수당 없는 경우에 비해 작아진다.

경기가 붐을 이뤄 실업이 줄어들면 실업수당 지급이 감소하므로 자연스레 재정긴축정책이 시행되는 결과가 된다.

농산물 가격 지지정책이나 복지예산 등도 같은 논리에 따라 자동안정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같은 제도들이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완벽한 힘을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동의 폭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재량적 경기정책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자동안전장치는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시행에 있어 시차가 없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회복을 더디게 하는 등의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므로 재량적 정책과 자동안전장치는 보완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