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자,특히 複製 연구자들에게 '생명윤리'는 살얼음판 같은 조심스러운 대상이다.

실수나 착오로라도 倫理 논란에 휘말리면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연구자로서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최근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미국의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 간 訣別이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것도 바로 생명윤리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불거진 윤리 논란

지난 11일(미국 시간) 섀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섀튼 교수는 황 교수와 '형제'로 불릴 만큼 친한 과학자이자 연구 동료였다.

그런 그가 2003년부터 20개월간 지속해 온 배아줄기세포 공동연구 활동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황 교수가 지난해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하기 이전의 연구과정에서 심각한 윤리 문제를 범했다는 게 이유였다.

섀튼 교수는 "황 교수가 나를 誤導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제 황 교수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황 박사가 胚芽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실험실의 한 여자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일 경우 연구 책임자가 부하 연구원들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 規程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황 교수가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가장 가까운 연구 동반자가 갑자기 관계를 끊겠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언론 접촉을 일절 끊고 對策 마련에 부심하던 그는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CNN 주최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정부의 엄격한 윤리 가이드 라인을 지켰다"고 처음으로 직접 말문을 열었다.

황 교수는 아울러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기꺼이 난자를 제공해 준 여성들에게 감사한다"고 언급하며 윤리 문제가 없었음을 迂廻적으로 표현했다.

◆'진실' 그 다음은

이번 사태로 배아 복제에 대한 윤리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은 황 교수팀에는 좋지 않은 조짐이다.

그리고 황 교수 주도로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계 줄기세포허브 프로젝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초 협력키로 했던 미국의 일부 연구기관들이 세계 줄기세포허브 참여 계획을 撤回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진실'이 무엇이냐다.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진실 그 자체에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황 교수팀은 이미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듯이 하루빨리 사태의 진실을 정확하게 公開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진실 공개 그 자체로 그냥 끝나버려야 할까.

그렇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남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데 있다.

물론 생명윤리 문제는 중요하지만 사회 문화제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라마다 혹은 시대별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초에야 겨우 배아 복제에 관한 생명윤리법이 發效됐기 때문에 그 이전의 사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사태로 드러날 사실이 생명윤리법과 사회적 여론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모두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이번 사태를 새롭게 생명윤리 문제를 照明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과학자들 사이에 생명윤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필요하다면 생명윤리에 관한 사회적 논의도 새로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과학과 윤리의 接點을 어디에 둬야 할지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