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경제학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오래된 논쟁거리의 하나다.

'정부'라고 하면 대체로 규제,권력,정치적 이해관계,공무원의 비효율성,관료주의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경제이론에서의 정부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우선 정부는 가계,민간기업과 더불어 3대 경제주체의 하나다.

시장 실패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맡아서 해결한다.

또한 경기 변동에 경제정책으로 대응함으로써 경제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경제주체로서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세금을 걷고,거둔 세금을 여러가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쓰게 되는 것이다.

조세 수입과 정부 지출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경제활동은 국민총생산과 소득에 각각 다른 방향에서 영향을 준다.

먼저 세금을 거둬가는 것은 민간부문 가운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적게 함으로써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고,소비되는 것이 적어지면 생산이 줄어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 경제정책을 시행하면서 거둔 세금을 쓰는 지출은 정부가 생산된 물건을 사들이거나 정부 고용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고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 정부가 거둔 세금만큼만 정부 지출을 하는 이른바 재정균형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하자.이때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 거두는 세금과 쓰는 지출을 같은 크기만큼 늘리면 국민소득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세금을 더 거둠으로써 국민소득을 감소시키고,정부지출을 같은 크기로 늘려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두 효과가 상쇄되어 국민소득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이론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나씩 따져보자.정부지출이 늘어나면 우선 증가된 만큼의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앞서 살펴보았던 Y(국민소득)=C(소비)+I(투자)+G(정부지출)+X(수출)-M(수입)을 생각해보자.G가 커지면 Y가 커진다).

그런데 소비는 소득의 함수이므로 소득이 증가하면 그 파급효과로 소비지출이 늘어나고,이것이 국민소득을 다시 늘어나게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물론 소득의 증가가 모두 소비의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은 소득과 소비의 증가 규모가 점차 줄어들면서 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은 처음에 정부지출이 증가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늘어난다.

이 같은 효과를 승수(乘數)효과라 한다.

즉 정부지출을 늘리면 지출이 늘어난 만큼이 아니고 그 몇 배(乘數:곱의 수)로 국민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승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교과서를 찾아보자).

그러나 정부에서 늘린 지출만큼의 세금을 더 거두면,늘어난 세금은 직접 국민소득을 줄이기보다는 (위의 국민소득 균형식에 세금은 직접 영향을 주는 항목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임으로써 소비지출을 줄이고,이에 따라 국민소득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러한 과정 역시 되풀이되는데 그 결과 앞서 정부지출의 증가에 따른 국민소득의 증가분 가운데 파급효과에 해당되는 부분만을 상쇄시키게 된다.

따라서 정부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직접적인 효과는 그대로 남아,세수와 정부지출을 똑같은 크기로 늘릴 경우 국민소득은 정부지출이 늘어난 만큼 증대된다.

국민소득은 정부지출이 늘어난 것의 '1배'만큼 늘어나므로 승수는 1이 된다.

세수와 정부지출이 같은 크기만큼 늘어 균형재정이 유지되는 경우의 승수를 '균형재정승수'라고 하는데 이것이 0이 아니고 1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정부가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 세수와 정부지출을 계속 늘리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정부지출의 비중이 커지면 민간부문이 위축될 수 있고,이는 여러 가지 또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가운데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 세수를 크게 늘려 잡았다고 한다.

'어린아이 팔비틀기 식'의 정책을 쓴다면 경제정책은 결과만이 아니고 그 내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