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1월 9일자 A4면

월 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중상층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지난 달 소비자기대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아랫목의 온기(고소득층의 소비)가 웃목(저소득층의 소비)으로 확산되지 않아 전체 기대지수는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10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7.5로 전월(96.7)보다 0.8포인트 오르며 두 달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 5월(99.2) 이후 6개월째 기준치(100)에는 미달했다.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많다는 뜻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11월 7일자 A5면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30대와 50대는 씀씀이를 늘리고 있지만 주력 소비계층인 40대는 올해도 여전히 지갑열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퇴직과 노년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30대와 50대의 평균소비성향은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큰 폭으로 높아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경기와 관련해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는 아마 '소비'일 것이다.옆의 기사들은 소비자기대지수와 평균소비성향을 통해 각각 경기동향을 전하고 있다.첫째 기사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6개월후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져 침체된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두번째 기사는 40대들은 노후대비 부담으로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다.소비는 이처럼 우리 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측정되고 분석된다.그렇다면 소비를 경제학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

1930년대 이전 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소비의 중요성이 별로 인식되지 않았다.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면 시장의 가격조절 기능에 의해 모두 팔리게 되는 것으로 보았다.공급이 과잉되면 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수요가 늘고 초과 공급이 저절로 해소된다는 견해였다.세이의 법칙(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에 따라 초과공급은 일시적으로는 나타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게 이들의 시각이었다.

학자들이 수요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30년대초 세계 대공황을 겪으면서다.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시장에서 공급이 넘쳐나더라고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가격이 즉각 하락하지 않는다"면서 "수요와 공급이 단기간에 균형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보았다.그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초과공급 문제는 가격하락으로 해소된다'는 당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케인즈는 불황기에는 부족한 수요를 정부가 나서서 직접 창출해야 한다고 보았다.마치 펌프에 물을 조금 부은 다음엔 손잡이를 작동시켜 물을 계속 퍼올릴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실수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이라고 한다.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과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할 수 있다는게 케인즈의 견해다.

◆한계소비성향 클수록 정책효과 커진다

케인즈는 유효수요이론을 펴면서 소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했다.그는 소비가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남은 가처분소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수식으로는 C=a+bY(C는 소비,Y는 가처분소득)이다.최소한의 생계비용(a)과 가처분소득중 일부(bY)의 합이 소득이라는 설명이다.이 때 b는 한계소비성향(가처분소득이 1원 증가할 때 소비가 어느정도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으로 고소득층일수록 작으며 0∼1으로 표시된다. 전체 소득 중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은 C/Y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국민들의 한계소비성향이 크면 클수록 재정정책의 효과가 높다.재정지출을 1원 늘릴 때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비율을 투자승수라고 하는데 1/1-b로 표시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80%라면 정부 재정지출이 100억원 늘어났을 경우 국민소득은 5배인 500억원이 늘어나게 된다.불황기에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투자승수효과 때문이다.

케인즈의 소비이론은 소비가 가처분소득에 주로 결정된다는 가정을 하고 있어 절대소득이론으로 불린다.하지만 소비는 가처분소득 외에 보유재산,물가수준,이자율,미래소득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예를 들어 주식 가격이 상승할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거나 새옷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소득이론과 생애주기이론

소비 이론으로는 프리드만(M.Friedman)의 항상소득이론과 모딜리아니(F.Modigliani)의 생애주기이론도 있다.프리드만은 소득을 평균임금 같은 항상소득과 보너스 같은 일시소득으로 나눈 다음 소비는 이 중 항상소득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사람들은 늘어난 소득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소득증가시 보다 지출을 적게 늘린다는 것이다.

모딜리아니는 사람들이 일생에 걸친 소득의 변화 양상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소비수준을 결정한다는 생애주기이론을 폈다.두 사람의 가처분소득이 같으면 소비지출이 같다는 케인즈의 절대소득이론과 달리 그는 가처분소득이 같더라도 나이에 따라 소비지출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상소득이론과 생애주기이론은 소비가 장래 예상 소득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해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프리드만과 모딜리아니는 이들 소비이론으로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로 노후대비 연금 보험료 지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사람들이 불안한 미래를 위해 소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항상소득이론과 생애주기이론은 그런 면에서 최근 우리의 소비부진 현상을 보다 적절히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 용어 풀이 >

△소비자기대지수=경기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기 위해 통계청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지수. 도시지역 2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자산평가 등과 관련된 14개 문항이 조사 대상이다.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많다는 뜻이다.

△소비성향=케인스가 1936년 발표한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실질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소비성향이 1일 경우 벌어들인 소득을 전부 소비한다는 의미이고,소비성향이 0이면 소득액의 전부를 저축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