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지난달 27일 시작된 무슬림의 폭력시위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파리 북동쪽의 클리시 수 부아 변전소에서 감전사한 사건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가다가 변을 당했다'는 소문으로 확산되면서 이민자 및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소요사태로 발전했다. '관용(톨레랑스·tolerance)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실상이 이번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프랑스 소요사태의 이면에는 '종교'와 '경제' 문제가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은 전 유럽을 언제든지 소용돌이 속으로 빠트릴 수 있는 화약고다.
유럽 국가의 과도한 복지와 높은 실업률은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인의 '실질적인 동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종교'와 '경제' 문제를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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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증손자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테오 반 고흐가 대낮에 살해됐다. 범인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모로코계 2세로 이슬람교도인 부바리였다.
범인의 범행동기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이슬람 여성의 인권문제를 다룬 반 고흐 제작의 영화 '굴종'이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인행위를 저질렀다. 최근 종신형을 받은 범인은 법정에서 "또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것"이라고 진술,유럽 내 주류인 기독교와 비주류인 이슬람교 간 갈등의 단면을 드러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내부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두 종교의 대립이다.
◆主權在民과 主權在神
국경없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이동은 훨씬 자유로워져 상이한 인종과 민족 종교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사는 사회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북아프리카 및 아랍의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대거 몰려와 사회구성원의 일부가 됐다.
문제는 같은 사회구성원이면서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치관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구 민주주의의 근간은 주권재민(主權在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이슬람 세계에선 시민의 권리가 신에게 있다(主權在神)고 보고 있다. 신만이 진정한 입법자이며 절대적 사법권을 갖는다. 따라서 국민은 신의 종복에 불과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 서구 민주주의 원칙과 이슬람교의 시민관은 달라도 한참 다른 셈이다.
이런 상이한 가치관은 실제 생활에 어떻게 투영될까. 유럽인은 인간의 세계에 살면서 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무슬림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자살폭탄 테러도 신의 계시,또는 명령이라며 신성시하는 무슬림의 태도를 유럽인은 의아해한다.
반면 무슬림 입장에선 유럽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이 신의 계율과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자유분방한 유럽 여성의 옷차림도 이슬람 정통 가치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유럽인은 유럽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라도 서구 민주주의에 기조를 둔 공공생활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도는 행동기준을 신의 의지에 맞추는 데 확고하기 때문에 해묵은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표출되는 소외감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로도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원래 이름은 '케시어스 마르셀루스 클레이 주니어'였다.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18세의 어린 나이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딴 뒤 금의환향하던 길에 들른 미국의 한 백인 전용 레스토랑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분노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딴 금메달을 강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이슬람교에 귀의,이름도 이슬람식으로 바꿨다.
유럽 내 북아프리카 및 아랍계 이민2세들도 마찬가지로 차별적인 조치에 반발해 알리처럼 이슬람교에 빠져들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온 이민1세들은 그나마 차별을 참고 견디고 있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고 프랑스어도 잘하는 이민 2세들은 차별을 심하게 느끼며 울분을 참지 못한다. 능력이 있는 데도 이슬람식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직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등 소외받고 따돌림 당하는 이민2세들은 분노를 표출할 수단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민 1세보다 2세가 이슬람 과격이론에 더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일어난 지하철 연쇄 폭탄테러도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이민2세들에 의해 자행됐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분노가 테러로 분출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정부 공식 문서를 인용,"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캠퍼스에서 무슬림 대학생들을 포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력에 비해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있는 공학이나 IT학위 소지자가 최우선 포섭 대상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호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ykim@hankyung.com
프랑스 소요사태의 이면에는 '종교'와 '경제' 문제가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은 전 유럽을 언제든지 소용돌이 속으로 빠트릴 수 있는 화약고다.
유럽 국가의 과도한 복지와 높은 실업률은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인의 '실질적인 동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종교'와 '경제' 문제를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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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증손자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테오 반 고흐가 대낮에 살해됐다. 범인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모로코계 2세로 이슬람교도인 부바리였다.
범인의 범행동기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이슬람 여성의 인권문제를 다룬 반 고흐 제작의 영화 '굴종'이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인행위를 저질렀다. 최근 종신형을 받은 범인은 법정에서 "또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마찬가지로 행동했을 것"이라고 진술,유럽 내 주류인 기독교와 비주류인 이슬람교 간 갈등의 단면을 드러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내부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두 종교의 대립이다.
◆主權在民과 主權在神
국경없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이동은 훨씬 자유로워져 상이한 인종과 민족 종교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사는 사회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북아프리카 및 아랍의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대거 몰려와 사회구성원의 일부가 됐다.
문제는 같은 사회구성원이면서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치관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구 민주주의의 근간은 주권재민(主權在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이슬람 세계에선 시민의 권리가 신에게 있다(主權在神)고 보고 있다. 신만이 진정한 입법자이며 절대적 사법권을 갖는다. 따라서 국민은 신의 종복에 불과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 서구 민주주의 원칙과 이슬람교의 시민관은 달라도 한참 다른 셈이다.
이런 상이한 가치관은 실제 생활에 어떻게 투영될까. 유럽인은 인간의 세계에 살면서 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무슬림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자살폭탄 테러도 신의 계시,또는 명령이라며 신성시하는 무슬림의 태도를 유럽인은 의아해한다.
반면 무슬림 입장에선 유럽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이 신의 계율과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자유분방한 유럽 여성의 옷차림도 이슬람 정통 가치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유럽인은 유럽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라도 서구 민주주의에 기조를 둔 공공생활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도는 행동기준을 신의 의지에 맞추는 데 확고하기 때문에 해묵은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표출되는 소외감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로도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원래 이름은 '케시어스 마르셀루스 클레이 주니어'였다.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18세의 어린 나이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딴 뒤 금의환향하던 길에 들른 미국의 한 백인 전용 레스토랑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분노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딴 금메달을 강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이슬람교에 귀의,이름도 이슬람식으로 바꿨다.
유럽 내 북아프리카 및 아랍계 이민2세들도 마찬가지로 차별적인 조치에 반발해 알리처럼 이슬람교에 빠져들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온 이민1세들은 그나마 차별을 참고 견디고 있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고 프랑스어도 잘하는 이민 2세들은 차별을 심하게 느끼며 울분을 참지 못한다. 능력이 있는 데도 이슬람식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직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등 소외받고 따돌림 당하는 이민2세들은 분노를 표출할 수단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민 1세보다 2세가 이슬람 과격이론에 더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일어난 지하철 연쇄 폭탄테러도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이민2세들에 의해 자행됐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분노가 테러로 분출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정부 공식 문서를 인용,"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캠퍼스에서 무슬림 대학생들을 포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력에 비해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있는 공학이나 IT학위 소지자가 최우선 포섭 대상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호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