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탈레반'이라 말고 '개혁짱'으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초 모당의 S의원이 기자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자신의 강성 개혁 이미지 때문에 세간에 '탈레반'이란 별명이 따라붙자 "탈레반은 너무 과격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미지 관리에 나선 것이다.

맞짱,노짱(盧-),얼짱,몸짱,안짱(安-),개혁짱,강짱(强-)….바야흐로 '짱'전성시대다.

어지간한 명사 뒤에 갖다 붙이면 새로운 말이 탄생한다.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짱'은 부족한 우리말 명사 수를 늘려놓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2000년 이후 일반화한 '짱' 시리즈의 원조는 '맞짱'이다.

대개 1990년대 후반 학생들,특히 초중등학교 아이들 사이에 쓰이던 은어가 일반에 퍼진 것이란 게 정설이다.

본래는 학급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를 가리켰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짱' 또는 '일짱'이라고 불렀다.

이 말은 순서에 따라 '이짱'이니 '삼짱'이니 하는 식으로 가지를 쳐 나갔다.

물론 이때의 '짱'은 단독으로도 쓰이니 품사로 치면 명사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짱 재미있다"라고 할 때처럼 부사로도 쓰인다.

이것이 '마주'라는 뜻과 결합하면서 '맞짱' 또는 '맞장'이란 말로 쓰였는데 신문에선 대략 1998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계속 두 가지 표기가 혼재돼 오다 2004년에 와서야 '맞짱'이 비로소 단어의 지위를 얻는다.

(금성판 훈민정음국어사전,2004년.'맞장'은 버리고 '맞짱'을 선택했다.)'-짱'이 일반에게 급속히 보급된 계기는 이보다 조금 앞선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계기가 된 듯하다.

당시 선거는 인터넷 혁명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 참여가 활발했었는데,민주당 후보로 나선 노무현씨를 그의 지지자들이 '노짱'으로 불렀다.

이어 2003년 들어 '얼짱'과 '몸짱' 열풍이 불면서 '-짱' 신조어가 폭발적 위력을 발휘하며 퍼져나갔다.

그해 말에는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한 대검 중수부장의 이름을 딴 '안짱'이 가세하더니 2004년 초에는 정치인들까지 자신을 '-짱'으로 불러주길 바라게 됐다.

그러나 종내에는 '강짱'(강도 혐의를 받던 여자의 외모가 예쁘다는 뜻인 '강도얼짱'을 줄인 말)까지 나와 이 말이 갖는 강력한 조어력과 함께 언어의 '윤리성'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언어문화적 현상을 보였지만 '짱'의 어원은 아쉽게도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 사전이 '맞짱'을 올림말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맞장'을 주장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은 그런 데서 비롯된다.

어원을 따지는 작업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맞장'으로 쓸 것인지,'맞짱'으로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맞짱과 맞장 얘기는 다음호에서 계속합니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