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사령탑 FRB] 美 금리정책 지휘 … 세계경제 좌지우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 후임자로 벤 버냉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 지명된 것을 두고 "세계경제 대통령이 18년 만에 바뀌었다"고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이 새로 임명되는 일에 전세계가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FRB 의장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한 나라(미국)의 범위를 넘어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 통화정책 운용


FRB 의장의 '힘'은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미국 경제는 10년 호황을 누리며 과열을 우려할 정도였다.


미국만 놓고 보면 당연히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98년 금리를 세 차례나 내렸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기를 더 끌어올려야만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게 되고,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 수출 증가로 외환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FRB는 금리정책을 통해 경기 조절


FRB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경기가 둔화되고 물가가 안정되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고,경기 활황으로 시중에 자금이 넘치고 물가가 불안해지면 금리를 높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전세계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가 위축돼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다른 나라들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


또 각국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흘러들고 다른 국가들은 금리인상 압박을 받는다.


이처럼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새롭게 진두지휘할 인물이 바로 신임 FRB 의장으로 지명된 벤 버냉키다.


그는 수재형 경제학자로 1975년 하버드대 졸업 당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고,79년 MIT 경제학 박사를 딴 뒤 84년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85년부터 2002년까지는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린스펀이 현실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은 '실물주의자'였다면 버냉키는 경제적 예측모델을 중시하는 '이론주의자'다.


버냉키가 "그린스펀의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통화정책 운용의 내용과 스타일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목표제 운용할 듯


버냉키는 "중앙은행이 금리와 통화공급을 결정하는 데 단순한 직감이 아닌 구체적인 경제모델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일정한 공식에 근거한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 허용 범위를 2~4%로 정했다면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 상한선인 4%를 넘어설 경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하한선인 2% 아래로 떨어지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식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통화정책을 이해하기 쉽고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모델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경제모델을 지나치게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냉키가 풀어야 할 과제


버냉키는 그린스펀으로부터 막대한 경상·재정수지 적자(쌍둥이 적자)와 자산시장의 거품을 해결 해야 하는 과제를 넘겨받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그린스펀이 취임할 당시보다 4배로 늘었고 재정수지 적자도 미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그린스펀 재임 기간에 미국은 주식·채권 시장에서 큰 호황을 누렸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과정에서 거품이 생겼고 거품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터질 경우 충격이 엄청날 수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