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테크가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터보테크는 2004년 회계장부에 700억원의 자산이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가공계상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2005년 9월24일)
"로커스가 총 53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로커스는 2000년부터 일정 손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 및 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했으며 이 같은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과다계상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2005년 9월26일)
최근 들어 신문에 분식회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분식회계에 대해 알아보자.
◆분식회계는 회계조작
어떤 기업이 지난해 1000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치자.그런데 이 회사가 회계장부에서 100억원의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다면 어떻게 될까?
이처럼 기업이 실제보다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장부를 꾸미는 행위를 분식(粉飾)회계라고 한다.
말 그대로 회계장부에 '분칠을 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흔히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진열장을 예쁘게 장식한다는 뜻이다.
분식회계 수법은 수없이 많지만 대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나 손실은 줄이는 방식을 쓴다.
가령 회사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의 가치를 과다계상하거나 팔지도 않은 물건의 매출 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을 늘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분식회계 사례들이다.
기업들은 불황이나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분식의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회사에 돈을 투자한 주주와 돈을 빌려준 채권단에 '회사가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약화되면서 분식회계가 기승을 부렸다.
대우그룹이 수십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을 비롯해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두산그룹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맏형격인 터보테크와 로커스 등이 분식회계 파문으로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미국에서도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엔론과 전기통신회사인 월드컴이 2000년대 들어 분식회계 파문으로 회사 문을 닫았다.
◆주가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독약'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십중팔구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다.
그동안 흑자를 내는 줄 알고 특정 기업에 투자했는데 실제로는 적자를 냈다고 생각해 보라.투자자들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서 예로 든 터보테크의 경우 지난 9월 말 7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한 직후 3일 동안 내리 하한가를 쳤고 한 달 후에는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채권자들도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회사가 건실한 줄 알고 돈을 빌려줬는데 사실은 '빈 껍데기'로 드러날 경우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채권단은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원활한 채권회수를 위해 아예 공동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분식회계가 늘어나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좋을 게 없다.
산업자금은 가능한 한 효율적인 기업에 많이 공급돼야 하는데,분식회계가 만연하면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자원배분 왜곡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기존의 투자금마저 회수할 수도 있다.
◆분식회계 막는 장치도 진화
이에 따라 분식회계를 막는 제도적 장치도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외부감사 제도다.
외부감사란 공인회계사가 기업의 회계장부가 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상장기업과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감리한다.
분식회계로 손해를 본 주주들 가운데 일부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길 경우 다른 주주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돼 시행 중이다.
다만 2004년 이전의 '과거분식'에 대해서는 2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는 물론 회사의 경영진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년부터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이 스스로 회계기준에 맞게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시스템이다.
상장 대기업은 내년부터,상장 중소기업과 비상장 대기업은 2007년부터 도입이 의무화된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로커스가 총 53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로커스는 2000년부터 일정 손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 및 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했으며 이 같은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과다계상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2005년 9월26일)
최근 들어 신문에 분식회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분식회계에 대해 알아보자.
◆분식회계는 회계조작
어떤 기업이 지난해 1000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치자.그런데 이 회사가 회계장부에서 100억원의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다면 어떻게 될까?
이처럼 기업이 실제보다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장부를 꾸미는 행위를 분식(粉飾)회계라고 한다.
말 그대로 회계장부에 '분칠을 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흔히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진열장을 예쁘게 장식한다는 뜻이다.
분식회계 수법은 수없이 많지만 대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나 손실은 줄이는 방식을 쓴다.
가령 회사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의 가치를 과다계상하거나 팔지도 않은 물건의 매출 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을 늘리는 것 등이 대표적인 분식회계 사례들이다.
기업들은 불황이나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분식의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회사에 돈을 투자한 주주와 돈을 빌려준 채권단에 '회사가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약화되면서 분식회계가 기승을 부렸다.
대우그룹이 수십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을 비롯해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두산그룹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맏형격인 터보테크와 로커스 등이 분식회계 파문으로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미국에서도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엔론과 전기통신회사인 월드컴이 2000년대 들어 분식회계 파문으로 회사 문을 닫았다.
◆주가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독약'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십중팔구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다.
그동안 흑자를 내는 줄 알고 특정 기업에 투자했는데 실제로는 적자를 냈다고 생각해 보라.투자자들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서 예로 든 터보테크의 경우 지난 9월 말 7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을 시인한 직후 3일 동안 내리 하한가를 쳤고 한 달 후에는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채권자들도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회사가 건실한 줄 알고 돈을 빌려줬는데 사실은 '빈 껍데기'로 드러날 경우 돈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채권단은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원활한 채권회수를 위해 아예 공동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분식회계가 늘어나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좋을 게 없다.
산업자금은 가능한 한 효율적인 기업에 많이 공급돼야 하는데,분식회계가 만연하면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자원배분 왜곡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기존의 투자금마저 회수할 수도 있다.
◆분식회계 막는 장치도 진화
이에 따라 분식회계를 막는 제도적 장치도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외부감사 제도다.
외부감사란 공인회계사가 기업의 회계장부가 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상장기업과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감리한다.
분식회계로 손해를 본 주주들 가운데 일부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길 경우 다른 주주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돼 시행 중이다.
다만 2004년 이전의 '과거분식'에 대해서는 2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는 물론 회사의 경영진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년부터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이 스스로 회계기준에 맞게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시스템이다.
상장 대기업은 내년부터,상장 중소기업과 비상장 대기업은 2007년부터 도입이 의무화된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